[우선 제 글은 스포일러 버무리입니다. 그래도 감상하는덴 지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전설이...]
기타노 다케시라는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은 이제 이미 우리에게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으로 더 잘 인식되고 있습니다. 워낙 삶 자체가 특이한 사람이다보니 그에 관한 일화는 많이 있습니다만 차차 하나씩 풀어나가고, 그의 영화 중 대표작인 하나비(Hana-bi)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기 전해에 만든 영화가 바로 키즈리턴(Kids Return)입니다. 하나비라는 영화의 명성이 워낙 큰 바람에 약간 뒤쳐지는 느낌을 주지만 키즈리턴은 '청춘이란 이것이다!'라고 강렬하게 말하는 영화입니다. 1
영화는 신문배달을 하는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을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듯한 두 친구는 과거로 향합니다. 할 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고등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운동장을 빙빙 돕니다. 다른 애들이 수업이 한창일 때 말이죠.
'학교 가자'
'장난치냐? 학교 왔잖아. 여기가 어딘지 모르냐?'
'이제부터 다이나마이트 키드는 너야'
'그럼 넌?'
'난 다른 것을 찾아볼게'
어느날 신지는 둘이서 자주 가던 찻집에서 마사루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야쿠자가 되기 위해 두목들을 따라다니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둘 사이의 시선이 교차하는데 그 느낌이 열심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두 꼬마가 잠깐 눈을 마주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서로를 이해한다는 듯이...
세월은 또 흘러 신지는 어느새 체육관의 유망주가 되어 있었고 마사루 역시 중간 보스가 되어 있습니다. 마사루는 신지의 체육관에 종종 놀러와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관장의 저지(혹은 권유)로 신지를 떠나갑니다.
'니가 챔피언이 되고, 내가 두목이 되면 다시 만나자'
그러나 삶은 녹녹치 않습니다. 신지는 자기조절에 실패하고 술과 약에 손을 대면서 결국 링 위에서 무참히 무너집니다. 마사루는 자신의 보스의 죽음에 흥분하며 조직의 중재안을 무시하지만 결국 동료의 잔인한 린치와 굴욕, 그리고 불구가 되는 것으로 조직생활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청년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 운동장을 자전거로 빙글빙글 돕니다. '우리같은 바보가 아직 있을까?' '아마 우리가 끝일걸' 이젠 어느새 머리가 히끗해진 선생님이 운동장을 내다보면 말합니다. '저 바보들, 아직도 어슬렁거리네' 둘이 탄 자전거는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듯 시계반대 방향으로 빙글빙글 돕니다.
'마짱, 우리 이제 끝난건가?'
'바보! 아직 시작도 안했는걸'
영화는 두 젊은이를 중심으로 주변의 다른 젊은이를 배치해놨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이, 만담가가 되는 젊은이,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택시기사, 3류 권투선수로 절망 속에 빠져사는 선배. 하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체계의 울타리를 보여주는데 그것이 절망적입니다. 자신들의 부하가 죽어도 골프핸디를 이야기하는 야쿠자 두목들, 수업보다는 그저 명문대에 몇 명을 보냈는지를 이야기하는 선생들, 실적을 위해 미터기도 조정해주겠다는 택시회사 간부, 이들은 젊은이들에게 부조리로 가득찬 시스템으로써의 사회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그 절망의 나락에서 청춘이 외치는 비명같은 한 마디 외침.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덧1)
뭐...일본 영화 카테고리라도 하나 만들까;;;; 이제 여기도 막블로그가 되려는지;;; 쿨럭 쿨럭
- 오토바이 사고 이후 그의 작품은 엄청난 변화를 보였습니다. 죽음을 겪고 난 후에 많은 생각의 차이가 있었겠죠. 근데...이 오토바이 사고가 자살성격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서..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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