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연예가 이야기를 다루는 블로그도 아니지만... 어차피 Puppy날라리 블로그이기에 몇 자 휘갈깁니다. 전 머나먼 쏭바강 이국땅에서 가뭄에 깨나듯 한국 프로그램을 봅니다. 그래서 남들 다 보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등은 누가 출연하는지도 모르고 신인 연기자나 가수는 아예 그 존재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2주간 거의 우리 가족 최고의 볼거리로 등극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나는 가수다'입니다.

가창력있는 가수들을 모아 서바이벌 형식으로 한 명씩 탈락시키는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가수들은 이미 데뷔한지 10~20년이 넘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수들을 한데 모아 그들의 무대를 한꺼번에 선보였던 이 프로그램에서 7명의 가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과시했습니다. 마치 요즘 나오는 아이돌 그룹이나 기획된 가수들을 향해 '봐라! 나는 이래서 가수다!!'라고 포효하는 느낌마저 줬습니다. 덕분에 그 2주일 동안, 묵혀뒀던 김건모나 박정현의 앨범도 다시 꺼내 들었고 '참...멋진 가수들이다'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똑같은 상황일 땐 또 똑같이 하겠지 뭐.

그리고...3월 20일. 이게 무슨 여의도 국회의사당 수준의 비열함과 협잡만 남은 프로그램이랍니까? 정말 기가차더군요. 탈락이 결정된 김건모가 가슴 사무치게 안타까워 이소라는 무대를 나가버리지 않나, 매니저 역할의 개그맨들은 떨거지로 전락해 김건모에게 매달리질 않나, 게다가 국민가수라는 김건모는 그 타이틀도 비굴하게 재도전에 응하질 않나...보다보다 이런 개같은 프로그램은 처음 봤습니다.

무대를 나가는 이소라는 당연히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런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제작진도 웃깁니다. 물론 이소라가 개인적으로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예술하는 사람들 중에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 많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인간시대입니까? 시청자 눈물샘을 울리고 싶었나요? 어이없는 제작진은 그런 출연자를 추스리지 못하고 되려 그 불안정한 상태를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냄으로서 이소라 = 반방송적인격장애 이미지만 만들어 냈습니다.

김건모의 탈락이 결정되자 매니저 역할의 개그맨들과 후배들이 나서서 재도전을 요구하는 장면은 지들끼리 해처먹기 좋아하는 양아치 거렁뱅이 의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그럴바엔 왜 청중 평가단이 필요하고, 왜 투표 집계하고, 왜 모든 국민에게 'ㅅㅂ 졸랭 서바이벌이거등!!' 광고를 해쳐댔답니까? 그냥 지들끼리 쌔쌔쌔하면서 '형 오늘은 노래가 조금 약한 거 같았어' '응..미안 나도 편곡이나 곡해석을 조금 더 신경썼어야하는데' 잡담하고 끝내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될 것을 말이죠.

3회 방송을 보면서 느낀 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감추고 싶은 추악함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승부에 깨끗하게 승복하기보다는 뒷거래와 협잡이 만연한, 선배에 대한 보기 좋은 예우보다는 아양과 비굴함으로 줄을 서는, 법을 만드는 놈들이 그 법을 안 지키는 희극같은 세상을 거울처럼 비춰준 멋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는 가수다'는 2011년 최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되었고, 아마도 최고의 협잡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입니다. 방송보면서 이렇게 흥분한 것은 국회의사당 난투 방송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덧1)
김건모가 생각이 있다면 깔끔하게 승복하고 관뒀어야 합니다. 뭐 생각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소라는 생각이 있다면 카메라 앞에서 '편집..'소릴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뭐 생각없다는 것은 예전엔 몰랐지만!
김제동은 생각이 있다면 '재도전'따위의 소릴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뭐 생각은 없고 입은 있더군요.
박명수는 생각이 있다면 '똑같은 상황'을 이야기했을 터이고...사실 그대로 했었습니다.

덧2)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연예블로그 아닙니다. 그냥 개인 잡상 + 잡담에 불과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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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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