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이라기 보단 블로그를 시작할 무렵부터 '블로그를 이용한 글쓰기'를 끊임없이 후벼파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란 것이 그저 실용적인 블로그 팁보단 뭔가 좀 더 심오한 것, 속칭 가오나는 것을 하고 싶은 천박한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일기를 썼을 땐 이런 속보일 정도의 천박함은 없었는데..이건 나이가 들면서 깊이가 있기보단 되려 가볍고 얕아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작이야 어쨌건 글쓰기의 양이 늘어감에 따라 생각의 양 - 그 깊이는 차치하고라도 - 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나름대로 '본질'을 바라보는 눈이 어렴풋이나마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장자님 왈 '자신이 깨우쳤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상태가 도의 경지'라는데 그에 비할바는 못되고...
야튼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이건 일기장에 혼자 갈겨대는 글쓰기이건 어느 모습의 글쓰기라도 독자가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씁니다. 그 독자가 나 자신이냐 불특정다수냐의 차이일 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나 개인의 느낌을 기록한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기록을 남긴 이와 그것을 읽는 이와의 대화 - 혹은 부티나는 말로 보존된 기록을 통한 정신적 교류 - 를 추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왜 갑자기 이런 뻘 상념에 시간을 낭비하냐면 몇 개월에 걸쳐 보고 있는 다큐 'Working man's death'에 중국의 노동자에 관한 부분에 몇 사람이 서서 광장 바닥에 붓글씨를 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 서서 길다란 붓으로 한자를 쓰는데 독특합니다. 그리고...아마도 물로 쓴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글씨는 금방 말라서 사라져갑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들은 어떤 기록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누구와 의식적인 교류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저렇게 바닥에 글을 쓰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의식적인 경지를 원하는 것일까? 아님 단순히 보다 더 보기 좋은 문자를 만들려는 것일까? 궁금해지더군요.
도대체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도 블로그라는 가상의 장소에...
덧1)
제가 좋아하는(그러고보니 우연히 제가 그분들의 글을 다 구독중이더군요) 블로거들이 모여서 '인터넷 주인찾기 컨퍼런스;소셜시대, 블로그의 재발견'을 한다고 합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그럼 처참하게 진겁니까;;; 야튼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석하시면 제게 큰 염장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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