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것 중에 몇 가지는 제 지적 수준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현상이 많습니다. 물론 鳥頭 라서 감히 수준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외람된 이야기긴 합니다만, 일단 제가 느끼는 것을 이야기하자면...

1. 조중동 좋다고 하면 수구꼴통, 싫다고 하면 진보(라고 쓰고 우쭐댐과 허영이라고 이해해도 무방)
2. 남이 비판한 영화에 반대 한 마디씩 안하면 의식수준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함. 디워보며 용이 울때 나도 울었다든가;;; 다크나이트 조또 지루했다라든가;;;
3. IT 글을 쓰면서 모바일 기기 한 번 안 다루면 후졌다고 생각함
4. 아고리언이 아니면 정치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5. 김연아, 유재석, 문근영에 대한 비난은 역적이고 매국노. 따라서 공개처형
(물론 위의 느낌은 저의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에 불과합니다.)

최근 읽은 민노씨의 글 - 욕망일보;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인 까닭을 읽으면서 떡밥을 물까말까하다가 그 뒤의 글 언어의 투명성 : 내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이유 를 읽고 몇 자 적어봅니다.(입술을 관통한 따끔한 느낌??) 민노씨가 위의 욕망일보 글을 쓰게 된 원인이 된 하민혁님이 쓰신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인 이유는 애매모호하게 꼬여있고 또 약간의 편견이 있어 보이지만 또 그것이 블로그 글쓰기의 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자칭'진보측의 지나치게 말장난스러운 '지적우쭐댐'은 상당히 마뜩치 않은지라 나름 하민혁님의 글을 제 식으로 이해를 했습니다.[각주:1]

'쉬운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조선일보는 정말 지혜로운 언론입니다. 굳이 민노씨의 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조선일보는 '이봐 당신들 이게 궁금했지?' '니가 봐도 이건 아니잖어? 잘못하면 너 죽고 나 죽어' 식의 원초적인 욕망에 기댄 설득력은 국내 언론 중 최고의 수준입니다. 이것은 다른 언론사와의 큰 차이를 만들죠. 민노씨의 글에 인용된 댓글처럼 '신문의 퀼리티가 다릅니다.' 아...ㅅㅂ 여기서 좌절. 그래 문제는 질(quality)이었습니다.

파워블로거가 한 분 있습니다. 이 분은 몇 년동안 오래 블로그를 운영했고, 게다가 글 솜씨가 장난이 아니어서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글에 공감하고 추천 한 방씩 누르고 갑니다. 많은 초보 블로거들은 그의 글 = 진리라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짬밥이 좀 된 블로거들도 그의 글엔 고개를 끄덕입니다. 영향력이 장난이 아니죠. 이 양반이 글을 발행하면서 가끔씩 어떤 제품을 소개하고 어떤 기업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제품을 소개할 때 '꼭 언급해야 할 단점'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편향된 제품 소개글을 씁니다.

조선일보를 보면 전 그 깔끔함과 (나름의)논리와 설득력에 감탄합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며 뒤집어지게 웃고 TV가 꺼짐과 동시에 머리는 대략 멍해짐과 웃음으로 긴장되었던 복부근육의 긴장완화 과정을 느낄 뿐입니다. 굳이 우민화따위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조선일보는 독자에게 '지금 자녀를 생각한다면 중요한 것은 바로 부동산 재태크' 혹은 '북한의 공격 임박. 모든 것은 빨갱이의 음모'라고 인간의 생존의 욕구와 자손 보존의 욕구를 간지럽힙니다.[각주:2]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이익으로 전환됩니다. 인적, 물적 고품질의 자원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죠. 언론의 사회적 책임?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1961년 나치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유태인 학살의 죄로 법정에 섰을 때 '한나 아렌트'가 느낀 것은 바로 '사유 없음'에서 오는 악이었습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적인 성찰없이 그저 현재의 조건과 상황을 받아들인 평범한 인간이 저지른 행위가 바로 '홀로코스트'입니다. 법정에서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아인히만의 범죄를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링크 - '1962년 5월 31일 -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처형- 곰PD님)

제가 몇몇 언론 - 꼭 조중동이라고 지칭하지 않는 이유는 그 외에도 많기 때문에 - 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아인히만의 예처럼 그들의 '사유없음' 때문은 아닙니다. 그들이 저지르는 자원 낭비 때문입니다. 인적, 물적 리소스 낭비.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날려버리는 그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그들이 싫습니다. 물질주의적인 측면에서만 이야기한 듯 합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제 느낌이 그런 것을...예전 아글로코의 자원 낭비가 생각납니다. 또 잘 만든 특촬물이 생각납니다. '변.신.가.면!!! (나만의)정의를 위해 (확신은 안 서지만)악당들을 무찌르러 왔다. 우리 연구소 (게다짝, 박, 전, 노, 김, 김,노,이)박사님들이 교체될 때마다 겁나 변하는 나의 현란한 변신능력에 니들은 알아서 자빠링해다오.'

결론따윈 없는 글이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이긴 합니다. 수준이 높죠. 실력도 좋고...조선일보를 비난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제가 그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순전히 자원낭비 차원에서입니다. 쓰레기도 재활용을 하는 차원에 쓰레기를 양산하는 기업이라니...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블로거가 있는 반면 쓰레기양산형 블로거도 분명 있습니다. 블로그가 언론과 틀린 것은 개인의 일기장 역할과 미디어 역할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일기장에 쓰인 글을 가지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에 상응한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서 세상은 요지경. 한국의 언론은 책임따윈 지지 않습니다. 그게 뭐람? 먹는건가? nigimi

덧1)
조중동을 싫어하는 이유가 다양할겁니다. 그런데 솔.까.말.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따라서 싫어하지 않으면 느끼게 될 고독감에 싫어하는 '척'하는 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그런 이들이 선두에 서서 안티활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군요. 그런 이들의 종착점은 유식한 척, 고뇌하는 척, 철학하는 척, 논리적인 척 해야 된다는 의무감에 언어의 '유희'만 있을 뿐 '의미'는 없는 그런 글만 쏟아대는 '자칭'진보입니다. 전 이들을 조선일보만큼 싫어합니다.

덧2)
조선일보와 관련된 이야기는 최근 블로스피어에서 논란이 된 몇몇 이야기는 위의 이야기들과 절묘하게 닮아있지 않습니까? 어떤 기시감이 글을 쓰는 내내;;; 그나저나 민노씨의 떡밥을 냉큼 물고나니 뭔가 후련한 기분...?응??;;

덧3)
inspired by
평범한, 그러나 너무 평범해서 지독한 악 - 박영균님 민중언론 참세상에 올라온 글
욕망일보;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인 까닭- 민노씨
언어의 투명성 : 내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이유 - 민노씨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인 이유 - 하민혁님
  1. 뭐 그렇다고 제 이해 능력이 남들이 봐서 조낸 하찮다고 판단되는 것 또한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김기자님. [본문으로]
  2. egoing님의 댓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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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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