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현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진작에 삶을 떠났어도 늦지 않았을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젊은 시절, 치기어린 생각에 온 세상의 절망을 나 혼자 등에 짊어지고 산다는 둥, 내 삶에 남은 것은 이제 회한뿐이라는 둥의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왠지 내가 절망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가오'나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난 또 다른 다자이 오사무이며, 시대가 다른 로맹 가리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나의 삶을 일찌감치 박살내어 주기를 기도했던 '절망'이라는 놈이 여태 제 힘을 발휘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제 힘을 발휘를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그런 힘조차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내가 절망에게 기대했던 것이 이뤄지지 않아서 섭섭하다 뭐 이런 말입니다.
절망이 나를 절망하게 하지 못해서 절망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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