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상쾌하게 숙취가 가시지 않은 상태로 살짝 블로그리더기에 올라온 글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 중에서 민노씨.네의 글 - 파워블로거 3. 환상이 아닌 소망 을 읽다가 민언련에서 블로그 강의를 한다길래 뭔가 싶어 읽어봤습니다. 하아 제 정신은 지나가던 곰돌이인형에게 싸대기맞고 달나라 토끼 떡방아 찧는 것을 구경하고 멀리 백조좌까지 날아가버렸습니다. 참 아리따운 어이상실의 시대입니다. 나름 블로그관련 글을 적고 있는 저로선...기분 무지하게 더럽네요.

민언련은 '파워블로거'를 만들어주는 강의를 한답니다. 민언련은 그 파워블로거들이 1인 미디어 역할을 해서 정권의 그릇된 점에 도전하기를 바라는가 봅니다만... 그것을 꼭 파워블로거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인가 의아합니다. 게다가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서 다음블로거뉴스에 적합한 글을 싣고 사진을 올려야하는 강의를 들어야한다니... 복날 지나가는 개가 웃다가 잡혀 죽을 일입니다.

힘

힘.힘.힘...

대한민국은 일등주의, 엘리트주의의 폐단이 제법 많은 국가입니다. 컴퓨터 판매하는 분들은 아시지만 한국 사람은 컴퓨터를 구입할 때 묻는 질문이 '최신인가요? 최고인가요?'를 묻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나 모바일도 최신, 최고를 찾습니다. 우리 아이가 밖에 나가서 뭔 야비한 짓을 하건 공부만 잘하면 됩니다. 공무원들은 청렴의 단어를 두뇌에서 지운지 오랩니다. 'Winner takes it all' 참 거지같은 말입니다. 돈없고 빽없는 사람은 컨테이너타고 돌격하는 대테러부대같은 특공대에게 당하고 한 줌 재로 스러집니다. 힘.힘.힘.힘...힘이 없으면 죽는 세상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는 짓을 좋아하는 이유는 굳이 돈 없고 빽 없고 학벌 없고 힘 없어도 나름대로 내 할 말 하면서 살게해주기 때문입니다. 굳이 내가 파워블로그가 아니어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 한 두분이라도 내 글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제가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게끔하는 원동력입니다. 말 그대로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삽질하고 쇼를 해도 되는, 또 그러라고 있는 미디어를 가장한 제 욕망의 배출구입니다.

파워블로거가 되어야 정권에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에헴'소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엘리트주의 구정물을 홈빡 적셔주신 스펀지 민언련의 착각입니다. 게.다.가. 그 파워블로거가 되기위해 포털의 서비스에 기대겠다니...어머어머 웬 일이니?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어라...이제보니 이거 무료도 아니네요. 물론 강사들 강의비며 강의장소 대여비며 소요경비가 있겠지만...민언련의 '블로그 강좌'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오프라인 블로그 강좌의 유행에 편승한, 떨어지는 콩고물의 축복을 맛 볼 기회를 노리는 그저그런 강좌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강좌를 '시민의 힘으로 언론개혁을 꿈꾸는' 민언련에서 한다는 것이 숙취에 찌들어 두통에 시달리는 저의 뒷통수를 때리고 갑니다.

전 블로그라는 미디어가 세상을 바꿔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그저 하나의 대화를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도구를 이용해서 나와 같은 생각의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나의 생각이 단 한사람에게라도 공감을 받을 수 있다면 전 이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입니다. 비록 제가 주류에 편승하지 못해도, 허황된 힘을 갖지 못해도 말입니다.

덧1)
솔직히 민언련이 '파워'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다면 이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겁니다. 만약 강좌 타이틀을 언론개혁을 꿈꾸는 블로거 강좌 식의 제목이었으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보기도 좋은(그 강좌 내용이야 어떻든) 제목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민언련의 강좌가 '파워'라는 단어에 질색을 하는 저의 과민반응에서 비롯된 오해였기를 기대합니다.

덧2)
최근 블로그 강좌가 난무비무를 하는데 왠지 예전 IT 붐이 한창일 때 유행하던 '컴퓨터 배우기' 혹은 '인터넷 따라하기'등의 강좌들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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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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