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스로 뭔가 된 양 까불던 날라리블로거의 석고대죄성 글입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뜬금없이 블로깅이라는 주제로 글을 휘갈리듯 써나갔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년 반이 지난 지금 제법 블로그 짬밥 먹었다는 말을 할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아는 사람은 아는 블로그가 나름 자랑스럽기도 했구요. ?응?? 야튼, 지금 약간 문제가 생겨 일단정지 중인 e-book 제작도 그렇고 제가 운영하는 다른 곳의 블로그들 역시 나름대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블로그의 주인장, 즉 블로거와 함께 성장합니다. 이것은 필연적이고 의무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블로거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블로그는 곧 도태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된 많은 이웃 블로거들, 그들 역시 나와같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어느샌가 그들(나와 같은 수준의)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RSS에 최적화된 글쓰기를 역설하면서 정작 RSS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나의 기준에서 글을 쓰고 있더군요. 더 심각한 문제는 제가 아는 정도의 지식을 다른 사람이 모를 때 저의 태도입니다. '아니, 아직 그것도 몰랐어요?' '흐음..그래? 그럼 내가 설명해줄께'식의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무의식 중에 취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매번 같은 수준의 글을 싣는 이웃블로거에 대해서도 '아아~ 진부한 쉐이, 이제 수준 좀 높여봐'라는 생각도 했음을 시인합니다.
the office is clothes

잘못된 교육은 호환, 마마, 전쟁보다 졸 무섭다는...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생물입니다. 늙으면 늙을수록 통찰력이나 판단력은 점점 더 성장합니다. 그러나 그 성장한 통찰력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젊은 세대에게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 블로고스피어에선 이제 갓 시작한 블로거겠죠 - 자신의 지식이나 지혜를 제대로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저 '애들은 몰라도 돼. 나중에 다 알어'식의 교육은 그릇된 결과만 낳겠죠.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 가르쳐주면서도 'ㅅㅂ 이것도 모르냐?' 식의 교육 역시 잘못된 방법입니다.

전 어려운 단어를 의도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쉬운 글쓰기와 즐거운 글쓰기를 주장했습니다만...지금 제 글을 읽는 여러분, 그리고 읽었던 여러분께 저의 블로깅이 시작부터 틀렸음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 이기와 아집, 오만을 사과드리면 이만 블로그를 접...을 생각따윈 없구요. 그냥 초심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앞으로도 잘 살아볼랍니다. 도와주셈!

결론:
블로그 글쓰기, 독자를 먼저 생각해라. 니 혼자 잘났다고 쳐갈기지말고...

덧1)
inspired by
블로그 주제와 구독자 수의 상관관계 - 지민아빠님
주제와 내용은 위의 본문과는 많이 다르지만 지민아빠님의 글을 읽고 느낀바를 적어봤습니다. 물론 지민아빠님의 글 역시 추천하는 바입니다.

덧2)
이 글을 빌어 그동안 생깠던 수많은 이웃 블로거들, 그리고 혼자서 조낸 무시했던 많은 파워 블로거들께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용서를....
해주지 않으셔도 제가 속으로 무슨 욕을 했는지 어차피 모르실테니 그냥 넘어가죠(먼산)

덧3)
석고대죄(席稿待罪)란?
자리 석, 짚 고, 기다릴 대, 죄 죄, 즉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짚으로 만든 자리에서 사죄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괜히 석고상 대가리로 죄인을 후려갈겨 죄를 묻는다는 '19금' 상상은 하지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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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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