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그
오래전도 아닌, 몇 해전 파워블로그가 되는 법, 파워블로그란 무엇인가? 한국의 파워블로그 십팔명 인터뷰...등등의 파워블로그 열풍이 블로고스피어에 한동안 거세게 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그게 언제였냐~;;) 블로그를 운영하며 쓰는 글마다 추천수가 넘쳐나고 메타블로그를 달궜던 그 파워블로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영향력이라는 것이 참 대단해서, 블로거'기자'랍시고 선거 유세 중인 후보들 진영에 가서 내밀한 내용도 얻을 수 있었고, 식당에 가서 사진 몇 장 찍고 자신의 블로그에 식당 소개한다고 설레발칠 수도 있었습니다.[각주:1]

SNS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위시한 SNS 붐이 한창입니다. 이제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자랑거리가 되고 트위터에다 정치 이야기나 이슈 이야기 한 마디 정도는 하는 것이 미덕(?)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나의 한 마디는 일파만파 퍼져나가 모든 이들에게 알려지고, 나의 한 마디는 인터넷 기사에 올라 트위터리안 누구가 이런 글을 RT로 날렸다고 소개되기까지 합니다.

시대는 변하고...
과거엔
누군가에게 내 뜻을 전하기 위해서는 3박4일 엉덩이에 못배기게 달려야만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의 억울한 이야기를 나랏님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머나먼 한양까지 뼈빠지게 올라가서 북 한번 쳐야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북치기 전에 뒤져..죽을 수도 있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젠 나의 억울한 이야기는 아이고라에 올리고 '동네에게 꼬꼬마에게 졸랭 쳐맞았슴다'라고 쓰면 바로 나를 팬 녀석들 신상 털어주시고 관할 경찰서에 진정서 이메일로 수천통이 날아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국K-1들의 비리를 알리고 '촛불 또 함 켜자!!!' 행동에 옮기자고 주장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내 말 좀 들어보소~ 이 사람들아~


새로운 질병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확장시키는 것이 쉬워지자 이젠 영향력 중독증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말로 관심구걸병[각주:2]이라고 합니다. 글 하나가 일으키는 파장을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 글이 일으키는 파장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상관없습니다. 그저 파장의 폭이 더 커지기만을 갈망할 뿐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방으로 RSS를 날립니다. 트위터로 한 줄 주욱 갈깁니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글을 날려주십니다. 링크 바람! RT바람! '좋아요' 클릭 바람!
일찌기 강유원은 '남이 날 알아주고 있다'는 느낌. 이게 독약이다, 스쳐도 죽는.'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사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글이, 행동이 일종의 영향력(권력과 맞닿아 있는)을 행사하길 바라는 마음 역시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내 글 하나에 수십, 수백의 댓글이 달리고, 방문자가 몇 만을 넘으며, 나의 글에 동조하는 이들이 큰 무리가 되는 느낌...마치 전장에서 뒤에 수천, 수만의 병사를 이끌고 앞장서는 느낌입니다.[각주:3]

미디어로의 진화
2008년도에 쓴 '왜 블로그는 '미디어로서의 자각' 이 필요한가?'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할 질문이고, 또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블로거 스스로가 답변을 내놔야만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꼭 블로그가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만약 블로그가 기술적으로, 개념적으로 도태되기 시작하면 온라인에선 금새 사라져버릴겁니다. 사실 해외의 어떤 블로그는 거의 컨텐츠팜(Contents Farm) 수준인 곳도 많이 있습니다. 뭐 그런 곳은 거의 쓰레기 블랙홀 같은 곳이라서 주변 트래픽을 흡수하는 역할만 할 뿐이죠. 
이런 것을 보면 블로그가 미디어로 진화하기엔 참으로 넘어야할 난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세상은 열역학 제2법칙이 지배하니까요....?응???

덧1)
장황하게 썼는데 머리 속에 생각만 맴돌고 정리는 안되는 글이라서 죄송합니다. 저 역시 자각이 필요하군요.

덧2)
이런 자각이 필요한 시점(?)에 인터넷 주인찾기라는 좋은 컨퍼런스가 진행 중이라는 것 또한 매우 긍정적인 블로고스피어 진화과정이라고 봅니다.
민노씨네 - 최고의 컨퍼런스! 인터넷 주인찾기 세 번째 컨퍼런스, '소셜 시대, 블로그의 재발견' 후기
(시간이 되신다면 꼭 전부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덧3)
Tears for Fears 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가사 중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Say That You'll Never, Never, Never, Never Need It
One Headline, Why Believe It?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All For Freedom And For Pleasure
Nothing Ever Lasts Forever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무엇 하나 영원한 것이 없는데도 모든 인간은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참...허망하죠. ;)

  1.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길래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후예가 시대를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본문으로]
  2. 관심병(冠心病)이란 의학 용어가 있습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명이라고 하는군요. 영어론 Coronary Heart Disease 이랍니다요. 고로 넷에서 사용하는 관심병이란 말의 의미는 관심을 구걸하는 것이라 다르게 표현했슴다. [본문으로]
  3. 저 역시 개인적으로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이거 정말 짜릿하고 중독성이 강하더군요. 말 그대로 치명적인 마약같은 느낌이랄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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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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