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보 블로거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글로 서로를 알고 지낸지도 제법 된 것 같습니다. 비록 글로 알고 지냈지만 몇 번 만나 술자리를 같이 한 것처럼 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참 묘한 느낌입니다. 계획하고 계시는 일은 잘 되어가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이렇게 몇 자 적는 것은 XXX님께서 고민하고 계시는 것, 그리고 제가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같이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들, 즉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무엇을 적어야할지, 어떻게 이웃을 늘릴지 등등의 고민들은 블로깅을 하는 내내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RSS 구독자를 늘리는 꼼수를 생각하기도 하고 블로그 RSS 구독자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또한 블로그 글의 발행없이 방문자를 늘리는 꼼수라든가,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실용적, 관념적인 팁을 연구하고 실험하기도 하죠.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실행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바로 나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과 다른 이들과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 두가지로 단순화 된다고 봅니다. 나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은 다른 말로 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고 다른 이들과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은 블로거 누구하나 할 것 없이 이야기하는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극소수이지만 '자기 성찰'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목표도 있겠죠.

바로 이것이 제가 블로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내가 즐거운 글을 쓰는 것,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야말로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내가 즐거운 글을 쓴다는 것이 그저 일기 형식의 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것 또한 내가 즐거운 것이고 내가 성장하는 것이면 형식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우리는 항상 난 왜 블로그를 운영했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우린 항상 유명한 인기 블로그를 보면 항상 부러움을 느낍니다. 더불어 자신의 블로그에서 느껴지는 미숙함에 왠지 외면하고 싶기까지 하죠.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블로그가 대중앞에선 광대가 아니라 조용한 방에서 사색하는 철학자이길 바래야 합니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수많은 목표를 가진 수많은 삶이 있습니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목적과 목표를 가진 수많은 블로그들, 그것들 중에 어느 하나 가치없는 것이 없습니다. 비록 리소스낭비를 하는 블로그라고 할지라도 그로 인해 뭔가를 깨닫는 누군가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제 이만 글을 줄이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은 완성된 삶이 아니라 완성을 지향하는 삶입니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죠. 처음부터 좋은 블로그는 없고 처음부터 타고난 블로거는 없습니다. 그저 꾸준히 정열을 가지고 이어나가는 것과 그렇치 않은 것의 차이일 뿐입니다. XXX님께서도 그저 하루에 10분간 나만의 골방에 앉아 차 한 잔과 사색을 즐기는 기분으로 블로그를 대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09년 9월 어느날

김 재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