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댓글승인, 자기보호인가? 소통거부인가?

대부분의 블로그들이 댓글에 대한 정책을 개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비로그인 댓글러, 로그인 댓글러 모두에게 댓글쓰기를 허용하고, 승인없이 바로 댓글이 남겨지는 형식입니다. 물론 승인 후 댓글이 남겨지게끔 운영을 하는 블로그도 몇 군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블로그들이 개방적인 댓글 정책을 쓰는 이유는 대화와 교류에 대해 열려있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좋은 댓글이건, 악플이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난 열라 열린 놈'이라고 자위하는 마음도 없지 않을겁니다.

블로그 댓글을 승인후 게재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블로그들의 공통점은 예전에 '당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키보드워리어들이 던지는 돌에 키우던 개구리가 죽어본 아픈 기억 때문에 승인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이죠. 물론 블로그 운영 초장부터 승인방식으로 운영하는 구소련 철의 장막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도 있습니다. 덧1) 여기서 중간 요약 한 번 해봅시다.

1. 블로그 댓글 승인의 이유
- 예전에 당한 적이 있다.
- 정책에 이유있냐? 3mb 봐봐.

2. 블로그 댓글 승인 방식의 장점
- 내 블로그를 백옥같이 순수한 모습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그게 꿈일지언정)
- 꼬라지 보기 싫은 댓글을 싹둑싹둑 가위질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이래서 검열하나?)
- 블로그의 호의적인 방문자에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다.

3. 블로그 댓글 승인 방식의 단점
- 블로그 주인장의 폐쇄적이고 쪼잔한 마인드를 만천하에 공개한다.
- 내가 쓴 댓글의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기분...X같다.
- 따라서 아무리 블로그에 호의적이고 싶어도 호의적일 수가 없다.

내가 내 문 잠그는데...

결국 블로그 댓글 승인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보입니다. 게다가 한국인의 멋지디멋진 장점인 '빨리빨리' 근성에 역행하며 오만하고 재수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내가 남긴 댓글에 금방 답글이 달리지 않더라도 '채캉!'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 블로그에 남겨진 내 흔적이 보일 때의 기분은 은근히 좋습니다.

하.지.만! 악플러들을 생각할 땐 말이죠...이 양반들은 남의 집(블로그)에 싼 X덩어리 확인하고 싶은 근성이 卒~ 강해서 꼭 지껄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어떠냐? 쨔샤~ 내께 제일 구리지?' 따위의 이해할 수 없는 쾌감에 젖어들고 싶어하죠. 이런 변태적인 놈들의 쾌감을 뺏어가는 댓글 승인 방식의 블로그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내가 싼 덩어리 어디갔냐!! 된지 묽은지 확인하고 싶다!!'는 심정이겠죠. 어차피 블로거 주인장은 그놈들이 싸고 간 덩어리 다 치우기 위해서 확인을 해야하긴 합니다만.

블로그 댓글 승인 방식은 블로거를 일견 재수없어 보이고 폐쇄적이고 편집증을 앓고있는 변태 주인장으로 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방식을 취한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보면 아작 내어버리는 심정을 미친 놈이라 몰아 부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블로거까지 '넌 이 쉑히..신라 옆에 卒羅~! 폐쇄적인 넘, 넌 블로그가 뭔지 알긴 알어? 대화와 교류야 임마~!!'라고 몰아 부칠수는 없습니다.

댓글승인 방식이건 아니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블로거 개인입니다. 그리고 블로그는 블로거에겐 집과 같습니다. 남의 집에 가서 사진 액자가 비뚤어졌네, 안방 구석에 장판이 들렸네 따위의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내 집이 아니니깐요. 블로그 댓글 승인방식이 자기 보호일 수도 있고, 다른 이들과 그다지 대화를 즐기지 않는 모습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어쨌건 그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 대화하는 자세 아닐까요?

덧1)
저처럼 초장엔 몰라서 삽질한 사람도 좀 있지 않을까요? (나만 등신이었던건 아니라고 말해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