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할행동 이론'이라고들 합니다. 비록 자격이 안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역할을 맡게되면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인간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매니저가 한 명 있습니다. 그는 원래 세일즈 파트라서 수많은 손님들과 만나서 영업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에서 작은 일들을 신경을 써야하는 사정입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영업능력은 매일 매일 줄어들어갑니다. 그 결과 자신도 불만이 쌓이고 회사도 불만이 쌓입니다만...서로의 사정을 빤히 알고있다는 입장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백수가 한 명 있습니다. 그는 원래 좋은 교육을 받았고, 또 주변에서 기대하는 바도 컸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취업 실패와 백수라는 입장이 점점 그를 사회적인 패배자로 만들어갑니다. 1년 넘게 취업희망자, 혹은 미취업자 상태로 있다보니 부모님도 얼굴을 마주하면 한숨만 내쉬고 그 자신도 사회에 대한 불만만 쌓여갑니다. 그런데...문제는 1년 백수로 지내다보니 그냥 저냥 지낼만하다는거죠.

한 명의 파워 블로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의 기사들을 조금씩 번역해서 올리는 덧1) 수준이었는데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그러니깐 이 양반이 점점 더 잘해나갑니다. 글을 쓰는 기술도 날이 갈수록 급진전했고 해외 기사들을 접해도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젠 해외 글을 번역해서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써내려가고 또한 관련 지식도 많이 쌓여 꽤나 대접받는 파워 블로거가 되었습니다.

한 명의 변방 블로거가 있습니다. 꽤나 사회적으로도 알려져있는 인물입니다. 단지 자신의 블로그에는 내가 누구입니다.라고는 밝히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가 쓰는 글은 그 사람의 학식을 그대로 나타내는 수준높고 좋은 글입니다. 하지만 그 좋은 글에 댓글 하나 없이 황량하기 만주 벌판을 버금가는 썰렁한 블로그입니다. 아무도 알아 주지 못했습니다. 그 블로거는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시작했다가 '이런! 내가 이 ㅈㄹ을 하남?'이라며 블로그를 고이 접어 나빌래라...쿨럭...고이 버렸습니다.

제 블로그를 생각해봅니다. 별 것 아닌 글재주이지만 즐기시는 분들이 많고, 또 부족한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고 또 은근히 제 글을 기다리는 분들고 계십니다.(진짜루요~) 게다가 관련 지식도 없지만 블로깅 팁이랍시고 썰을 풀어대면 많은 분들께서 '도움 받았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곤 합니다. '블로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몇 안되는 블로그 중의 하나라고 인정(??)받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ㅎㅎㅎ
chair

상대방에게 좋은 역할 주기 = 좋은 의자 주기??응??응??

자리, 혹은 지위라는 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도 있지만 타인이 주는 것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지금의 자리가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신 자리인 것 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제가 그렇듯이 사람은 항상 타인과 '관계맺기'에 배고픕니다.(히딩크버전) 그리고 맺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나누며 행복해하고 즐거움을 느끼며 더더욱 보람있는 가치를 만들어 나갑니다. 그 모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서로에게 내밀어 준 '자리'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너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려요.'
'이 글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박한 지식이 부럽구려.'
'님 좀 짱인듯'........

한 줄의 댓글은 블로그에게 좋은 자리를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줄의 답글은 상대방에게 좋은 역할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트랙백은 블로거에게 크나큰 힘과 용기를 줍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리 혹은 역할은 블로그를 더더욱 성장시키고 맡겨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웃 블로그에게 어떤 자리를 만들어 주셨나요?
그리고 여러분의 블로그 자리는 현재 어디입니까?


덧1)
걸리면 '저작권 삐리리~', 안걸리면 '오오~ 이 양반 꽤나 글을 깊이 있게 쓰는데??' 결국 판단은 양의 마음만이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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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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