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많은 이들의 설레임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블로거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현재의 인지 인식 수준을 유지한 상태'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유사합니다. 블로그가 현재의 자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생성되기 시작하는 블로거로서의 자아는 현재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 블로그의 글을 읽은 이웃이 '그렇게 진지한 글을??' 혹은 '진짜 네가 쓴 글?'식의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자신을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듯이 우리는 다양한 모습이 겹쳐서 '나'란 모습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나의 일부만 투영함으로써 총체적인 나와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블로그에 이런저런 자신의 총체적인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겠죠.

j4blog를 운영하는 재준씨를 설명해보면 '호주에 사는, 종교가 기독교인, 직업이 디자이너인, 한 아이의 아버지인, 한 여인의 남편인, 영어를 무지 못하는, 무정부주의자인, 한 남자'가 될겁니다. 그런데 제가 기독교에 관한 글만 발행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과격한 무정부주의 이념이 실린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는 힘들겁니다.(링크; 용의자 블로거_Blogger Suspect) 그래서 두 명의 블로거가 존재할 수 있겠죠. 물론 한 블로그에 이것저것 다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왜 이런 알아먹기 힘든 이야기를 주절대냐면 여러분이 어떤 블로거이고 싶은가?를 알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 모르고 운영하는 것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블로거가 되련다!라고 계획하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둘 중 어느 하나도 잘못되거나 허황된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블로그는 유기체와 비슷해서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정한 것과 정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꽤나 크죠. (링크; 블로그 초심을 지켜라! 4가지 팁)


우리의 삶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하긴 쉽지 않습니다. 내일의 모습도 상상하기 힘드니깐요. 하지만 내 블로그의 내일의 모습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의 글을 발행하련다. 하나의 의지와 하나의 실행만 있으면 됩니다. 물론 그 의지 속엔 내 블로그의 주제와 부합되는지, 최근 이슈인지, 나의 관심사인지 등등의 숨은 영향물이 있겠지만 어쨌건 하나의 의지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하나의 의지와 하나의 실행이 쌓여 'A라는 블로거'인 나를 만들어 갑니다. 원래 j준이라는 블로거는 블로그 수익에 관한 정보 전달자이길 원했는데 쌓여진 의지와 실행은 '변방의 까칠한 날라리 블로거'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제길!

여러분은 어떤 블로거가 되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은 어떤 의지와 어떤 실행이 있나요?


덧)
1. 근 3주만의 발행이다보니 손가락이 키보드 보기 민망하여 오타가 10단콤보처럼 연속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역시 용불용설은 진리인듯. 3-_-E 왜 그따위로 블로그를 등한시했나 하면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외부의 환경과는 상관없이 실존 자아와 표층 자아간의 괴리감이 충돌하여....따위의 깊은 고민은 아니지만 얕은 고민이 조금 있었습니다.

2. 7월 31일부로 j4blog가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만 2살이 되면 벌써 천자문은 기본이고 성문기본영어를 마스터하고, 노자와 장자를 옆구리에 끼고, 낙엽을 타고 대동강을 건너 모래로 쌀을 만들어 굶주린 인민을 먹일텐데 제 블로그는 만 2살이 되어도 여전히 변방의 시덥찮은 블로그일뿐이군요. 원래 생일은 까먹는 법. 그래서 이틀 늦게 발행;;;

3. 블로그코리아이지선님께서 '블로그 만들기'라는 어떤 마술의 금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블로거가 되고 싶다면 꼭 읽어주셈!이라고 추천 한 마디 날립니다. 보내주신 이지선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며 더불어 너무 늦은 감사 인사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4. 독자분에게 약속했던 몇 가지가 있었는데..RSS에 관한 내용을 ebook처럼 만들겠다는 것, 블로그 컨설팅을 해드리겠다는 것등이 있습니다. 변명에 불과하지만 과연 제가 컨설팅을 할 자질, 자격등을 갖춘 사람인지에 대해 많은 고뇌를 했습니다. 저보다 휠씬 나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께 컨설팅이라는 단어를 감히 언급하는 것도 그렇고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도 그렇고...야튼 그리하여 당분간은 관련 글을 접을 생각입니다. 약속했던 몇 분 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만 무책임하게 남깁니다. 욕 바가지로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럴만 하니깐요.

5. 간만에 쌓여있던 RSS를 읽었습니다. 다들 그 생산량이 대단하십니다. 저도 한 때 저들 중의 한 명이었을꺼라고 생각하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듭니다. 시간을 내서 다 읽었습니다. 왠지 머리 속엔 지식이 가득 텅 비었습니다. 닭대가리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_-; 제 블로그의 한RSS 아이콘과 피드버너 카운터가 에러가 나는 것 같습니다. 뭔 일이랍니까? 알아보기도 귀찮습니다.;;;

6. 이 글의 원래 제목과 초안은 '불편한 블로거가 필요하다'였습니다만...완전 다른 내용과 다른 제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 하나가 바뀌고 그로 인해 제 생각이 바뀌고, 주변 환경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우주가 바뀝니다. 시작은 생각의 발아점을 바꿨을 뿐인데 말이죠. :)

7. 제가 7을 좋아합니다. -_-a

8. 2년이라...엄청 긴 세월이네요. 그 세월동안 저를 지켜봐주신 분들, 저를 사랑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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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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