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광우병쇠고기 수입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인터넷 종량제 이야기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인터넷 종량제를 시작하면 통신회사에서 많은 이익을 챙길 것이고 인터넷 이용률이 줄어들고 또 활발한 의견개진에 방해를 줄 것이랍니다. 게다가 인터넷 민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고 이명박식 인터넷 통제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덧1)

일단 각설하고 제가 사는 국가가 인터넷 종량제를 시행하는 호주입니다.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섭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실상은 그다지 무섭지도 않습니다. 현재 호주의 상황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덧2)
분석

살짝만 들여다 봅시다. 진짜 인터넷 지옥인지...


1. 속도는 1Mbps ADSL이 평균이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지상낙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곳엔 모뎀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한국에서 빠른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저도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는데 1개월 남짓이면 되더군요. 바퀴벌레와 흡사한 수준의 빠른 환경적응능력을 지녀서 1개월 지나니 큰 차이를 못느끼겠더군요. 단지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을 한국만큼 많이 보진 않습니다. 야동 다운로드도 안하구요. -_- 제 주변의 대다수 인터넷 이용자들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속도는 1 Mbps ADSL입니다.

2. 다운로드 용량은 천차만별
계약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용량에 따라 가격도 전부 틀립니다. 저같은 경우는 Optus의 60Gb 다운로드 계약입니다. 가격은 월 $70 정도입니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6만원 정도입니다. 물론 한국보다는 가격도 열라 비싸게 느껴지고 게다가 용량 제한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용서가 안되는 가격입니다만...다들 저 정도는 기본으로 생각하고 사용합니다. 역시 환경에 맞춰서 살게되나 봅니다.

3. 서비스 회사에 따라 인터넷 속도의 품질이 다른다.
뭐 이것은 굳이 따로 설명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Telstra(한국의 KT)라는 기업에서 라인을 받아서 각자 의 계약에 맞춰 서비스하는 방식이라 Telstra외 회사는 다 비슷합니다. 단 Telstra보다는 가격이 좀 싼 편입니다.

아주 간략하게 호주의 인터넷 환경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1. 종량제가 인터넷 사용률을 떨어뜨린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저렴한 사용료와 빠른 속도등이 만들어 준 환경 덕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비교해서 환경이 떨어지는 호주의 인터넷 이용률이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호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비율은 미국에 이어 OECD국가중 16위에 올라 있습니다.(한국은 4위 ; 2007년 기준) 물론 인터넷 속도는 한국에 비해 떨어지고 품질 또한 나쁩니다. 아직도 어떤 지역은 ADSL 서비스가 안되는 곳이 있어서 모뎀을 써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의 인터넷 이용률은 무려 65%나 됩니다. 링크된 뉴스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닙니다.

2. 종량제가 인터넷 통제가 된다??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종량제가 인터넷 통제가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제 작은 골통으로는 이해가 안됩니다. 호주는 종량제 국가이지만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블로거(인구비율 대비)가 있는 국가입니다. 아시다시피 가장 유명한 파워블로그 중의 하나인 Problogger.net을 운영하는 Darren도 호주인입니다. 수많은 호주 블로거들이 블로고스피어에서 활약중입니다. 블로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활발한 인터넷 토의 문화가 왕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꼭 블로그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호주의 인터넷 유저들은 세계와 소통중입니다.

3. 그럼 왜 한국인은 종량제를 겁을 내는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터넷 다운로드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전 모뎀시절에도 PC통신에서 활발한 인터넷 토의 문화가 발달했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 잘못 들어갔다가는 전화비 수십만원도 나왔습니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국의 활발한 인터넷 인프라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친 지금의 한국인들은 다운로드族입니다. 아니라고 과감히 이야기하실 분 몇 분이나 있을까요? 종량제를 하면 당장 문자 하나도 못보내는 환경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장 인터넷에 들어가서 다른 분들과 토의하는데 방해를 받을 것 같습니까? 패러디 동영상 구경하는데 어려울 것 같습니까?

4. 그럼 종량제를 해야하는가?
단연코 반대입니다. 반대하는 이유는 인터넷 사용률을 떨어뜨리거나 '인터넷 통제를 통한 민심 흐트리기 반대'따위의 뻘 이유가 아니라 인터넷 산업 자체를 위해서입니다. 단 몇 년 사이에 한국이 인터넷 산업의 강국이 된 것은 한국의 좋은 인터넷 환경이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나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 환경이 계속 뒷받침되어줘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국은 아직도 인터넷 산업 발전 초기 단계라고 봅니다. 호주도 지금보다 더 나은 인터넷 산업을 일으킬 인적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때에는 민주당의 존 하워드 전 수상은 전국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물론 떨어져서 물거품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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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깐다고 따라 까지말고...

결론을 맺자면...

전 한달에 60Gb 다운로드에 $70의 요금을 지불하는 호주의 인터넷 환경에 달을 쪼갤 정도의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속도도 기껏해야 1 Mbps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인터넷 자료를 다운받고 동영상도 받아 보지만 60기가를 다 쓴 경우는 18개월 중 1번 밖에 없습니다. 물론 속도가 더 빠르다면 더 많았을 수 있겠지만요.

제가 인터넷 종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이 가져온 폐단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불법 다운로드 천국, 저작권 개무시 국가라는 오명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종량제와 관련된 글을 보면 그저 2mb를 까기위한 글로만 보입니다. 인터넷 종량제를 하는 국가의 환경을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mb 넌 종량제하면 독재고 ㅅㅂ인터넷 통제야!' 따위의 글을 보니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게다가 뉴스까지 종량제를 한다면 정보의 불평등을 가져와서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글은 아주 무협 소설을 읽는 수준입니다. 기자의 손에서 아주 장풍이 나옵니다. 제발 남이 깐다고 나도 까면 멋있어 보일 것 같은 생각으로 까지말고...까더라도 알고 깝시다.

덧1)
누가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하도 기가차서 링크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 분의 생각에 0.00001g도 동의를 할 수 없습니다. 그 분의 글을 링크걸지 않은 것도 일종의 저의 치졸함에서 기인한 뒷통수 까기입니다.

덧2)
당연히 제가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끼는 정도의 자료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지만 상당히 근거있는 자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덧3)
개인적으로 사회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어서 관련 글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닙니다만 무협 소설이 베스트에 올라가고, 3류 소설이 버젓이 뉴스라고 나오는 것을 보니 까칠한 마음에 넘어가질 못하겠습니다. 대선전부터 용량 작음에 한탄을 했었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전부 날개달린 빵모자 검색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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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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