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존재 유무조차 잘 몰랐던 PC통신 시절, 당연히 PC통신에 올라온 모든 내용들은 무료였고 모든 게임들은 PC를 사면 디폴트로 설치를 해주는 줄 알았습니다.[각주:1] 그 시절이야 얇팍한 플로피 한 장이면 대부분의 게임이 들어갔고 또 다른 한장이면 각종 소설과 야설이 들어갔었습니다. '불법복제'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에는 비교적 한참 뒤의 이야기였다고 기억합니다.

사실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사진편집의 달인들이 된 이유도 이미 국민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포토샵' 덕분이고 블리자드가 한국 시장에 환장할 정도로 달려드는 이유 중의 하나도 초기에 '불법 복제'로 퍼진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덕분입니다. [각주:2]그리고 이제는 컨텐츠, 즉 개인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란 창작물은 모두 '저작권'이라는 자물쇠를 달고 나옵니다. 물론 당연히 처음부터 보장받았어야하는 권리이기도 했습니다만...

1. 변화
인터넷은 참으로 많은 것을 바꿔놨습니다. 정보의 공개라는 측면에서 사회는 혁신적으로 변화해왔습니다. '누가누가 그랬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을 양산한 문제점도 있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는 바람소리를 들려주는 대나무 숲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공개된 정보는 하나의 응집된 힘이 되고 그 힘은 부조리에 저항하는 버팀목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흡수하는 블랙홀처럼 커져갔고 그런 정보는 곧 공유라는 정신아래 온전히 공개되었습니다.

인터넷은 참으로 많은 것을 바꿔놨습니다. 개인에게 '나도 컨텐츠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초기 인터넷은 정보를 접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에게 복제와 배포를 통해 정보의 소비자가 되게 했고 이젠 단순한 정보의 소비자에 불과하던 개개인을 정보의 생산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다시금 복제와 배포를 통해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을 얻고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는 운동력을 얻었습니다.

2. 변화로 얻은 경험치
이제 모든 사람이 정보의 생산이 가능한 지금, 초기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정보의 확산 기능이 저작권에 발목 잡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이 만들어 낸 정보 - 컨텐츠-는 저작권이 당연히 가치를 인정받고 또 그 가치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인식을 합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우리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일종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인터넷은 정보에 대한 댓가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그런 경험이 지속되다보니 돈을 지불하는 것을 아깝다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어둠의 경로'를 찾게 되었습니다. 어둠의 경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마치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일종의 의적과 같은 대우를 받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조금만 뒤진다면 우리는 각종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3. 변화 속에서 필요한 또 다른 변화
인터넷이 지금처럼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잡기 전에는 저작권이라는 의미나 용도 등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기업들의 제품에 대한 '특허'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복제와 배포가 가능해지자 저작권은 꼭 필요한, 그리고 꼭 알아야하는 생활법률이 되었습니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정보(컨텐츠도 큰 의미의 정보라고 볼 때)라도 그것의 가치를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기준은 명확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공개된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도용하는 하는 도덕적 해이함마저 난무하게 되죠. 얼마전에 문제가 되었던 IDG의 블로그 시스템도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사실 이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진리를 한 번 더 증명해준 사건일 뿐)
버섯돌이님 - 너무 황당한 블로그 서비스

인터넷이 만들어준 '모든 정보는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공유 정신에서 이제는 '진짜 가치있는 정보는 댓가를 지불할 만하다'는 가치 인정의 정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변화 속에서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것이죠.

4.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어긋남
새로운 기술인 RSS에 대한 개념도 너무 어이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RSS라는 것은 분명 공개된 포맷이고 누구나 복사 가능하겠지만 블로그 컨텐츠에 저작물 사용 허가(CCL) 명시가 되어 있는 이상 RSS에도 같이 적용된다고 봅니다. 결국 RSS를 가져가서 원 저작자의 허락없이 상업적인 이용을 하면 저작권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허락받지 않은 RSS 재가공이 두려우면 RSS 제공을 하지말라 일부 블로거의 그릇된 인식입니다.[각주:3]

RSS 전체공개를 하는 이유는 분명 독자를 위함이지 개인의 영달과 사리 사욕을 위함이 아닙니다. Web 2.0이라고 말은 쉽게 하죠. 그것이 개인이 참여하는 웹, 개인이 주인이 되는 웹을 의미하는 것이지 니꺼도 내꺼 내꺼도 내꺼라는 이기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주니님 - RSS 전문 공개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한 학주니닷컴의 소견...?
민노씨 - IDG 클론 블로그 사건 : RSS건 RSS할애비건! [급버전]

5. 창조, 공유, 협업
제가 생각하는 Web 2.0의 의미입니다. 개인이 누구나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고 그것이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을 통해 공유되고 나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가 서로 협업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화합과 발전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 인터넷이 존재하는 것이죠.

가치인정의 자유.

결론따윈 없지만...

인터넷은 인간의 삶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을 인간이 쫓아가기 급급한 모양새를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들 결국 인간이 그 기술을 만들었고, 그 기술을 활용합니다. 기본은 인간이라는 것이죠. 인간이 기술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인간이 지배해야한다는 것을 모두다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무료 소프트웨어 개발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땡깡부리는 얼라쉑히들부터 'RSS 도용이 싫어면 부분 공개를 하든지'라는 어른블로거까지...기술에 지배당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저작권에 관한 골치아픈 법률적 용어나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 보다는 그저 타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그것만 인식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덧1)
자~ 이 글은 RSS 전문 공개입니다. 그러니 내 맘대로 뜻대로 상업적 이용이니 원저작자 생까기니 해도 좋을까요? 그런 것이 무서워서 전 부분 공개로 돌려야 할까요?  참 나 무슨 말 같아야지 대꾸를 하지...;;;

덧2)
그런 것들이 파워블로거랍니다. 그러면서 RSS 구독자의 숫자는 내가 잘나서라고 생각하고 그저 기득권층에 꽂혀있는 파워플러그가 제대로 꽂혔는지 매일 확인하겠죠. 아 ㅅㅂ 구역질나.
  1. 원래 컴퓨터에 끼워서 판매하는 것인줄 알았습니다. 마치 옵션처럼 이런 저런 프로그램 깔아주세요. 식의...뭐 무식하면 용감합니다. [본문으로]
  2. 네트웍 게임의 참 맛을 알아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CD-Key라는 고삐를 채운 것은 멋들어진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투자는 해주마!라는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3. 이래서 내가 기자블로거는 싫다고 편견을 가지는 겁니다. 나름 글쓰는 직업을 가졌었다면 사회 보편적이고 통용적인 바른 가치관에 입각해서 글쓰야 하는 것 아닐까요? '블로그는 개인의 생각을 쓰는 곳입니다'라며 엿같은 글이나 싸대지 말고... 개인의 생각도 생각 나름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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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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