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j4blog를 구독중이신가요?에 대한 질문에 많은 분이 답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략 구독 이유는 '3번. 똘끼 충만한 주인장의 글을 보려고'가 가장 많더군요. 뭔가 뿌듯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저만 똘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실 세상 전체가 똘끼로 충만합니다. 똘끼 실은 버스는 달리고 싶다. 헌드레드퍼쎈트 제 경험담입니다. 가감이 없는! 솔직! 진실 그 자체! (다만 기억력의 저하로 인한 정확한 인용은 불가)

1. 그, 그녀의 사정
80년대 중반, 지방(대구)에서 성적소수자는 외계인 내지는 천하 잡것으로 인식되던 시절입니다. 원조 뚜벅이 김군은 간만에 용돈을 모아[각주:1] 버스를 타고 뒷문쪽에 섰습니다. 뒤따라 탄 그녀를 바라본 저는 '하악~'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가발이 분명한 파마 머리 + 원피스 + 어색하기 짝이 없는 화장 + 코밑에 덤성덤성 보이는 수염 + 우람한 목젖의 그녀는 제 옆에 서더군요. 절로 나오는 'AC' 그리고 조용히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기...저기 뭐꼬' 어떤 아저씨의 음성
'아 왜요~' 굵직한 그녀(그)의 음성
다들 흠짓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처음 이야기했던 아저씨가 한 마디 더 합니다. '니 뭐꼬? 사나자슥이~' '아저씨가 뭔데요?' 분위기 험악해지자 스피커가 갑자기 말합니다.
'조용 안 하면 둘 다 내라 뿔끼라요' 버스 기사 아저씨....욱했더군요;;

2. 세번은 기본 아입니까?
첫 수업이 9시라는 환상에 뿌듯해하며 첫 대학 수업을 기대하며 탄 버스. 중고딩들은 이미 등교했고 나름 한가한 버스입니다. 중간 쯤 어느 중년 아저씨(한 눈에 술이 들 깬듯) 뒷문 계단에 한 걸음 내려서며 하차 벨을 누릅니다. 삑~ 삑~ 삑~ 세번을 누르자[각주:2] 버스 기사 아저씨 짜증을 내며 이야기 합니다.
'아~ 와 벨을 세번이나 누지릅니까?'
'아~ 세번은 기본 아잉교~'
몇  명이 키득대고 기사 아저씨 버스 정류장에 다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어버립니다.;;;;

3. 싫다 싫어 꿈도 사랑도~
버스가 어둠을 헤치고 서문시장을 지날 무렵... 술이 얼근히 취한 양반이 의자에 무릎을 올리고 쪼그리고 앉아 흐르는 차창밖의 불빛을 보며 구슬피 노래 부릅니다.
'당신의 거미줄에 묶인 줄도 모르고~ 철없이 보내버린 내가 너무 미워서~ 아차해도 뉘우쳐도 모두가 지난 이야기~' 그의 서글픈 심정을 모르는 동네 할매 '아따~ 좀 조용 좀 하소'
서글픈 그 '싫다~ 싫어~';;;;;

4. 미리 누르지 마란 말이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반포대교를 건너 보광동 정류소까지가 딱! 한 정거장이었습니다. 꽤나 긴 코스였죠. 뉴코아 백화점에서 알바하던 시절, 같이 일하던 형들이랑 술 한 잔 마시고 늦은 시간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에는 버스 기사분, 고딩쯤 되보이는 학생, 저. 이렇게 셋 밖에 없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고가도로가 보이는 코너가 보이자 학생이 뒷문 계단에 내려 벨을 누릅니다. 삐이이~~~
'아 왜 미리 누르는데!!!'
'아..예...저..여기 내릴꺼라서...'
'여기서 정류장 보이냐? 반포대교 아직 들어서지도 안 했는데 왜 미리 눌러!!!'
'예...그냥...'

'여기서 내려주까!!!!' 반포대교 중간쯤에서 기사의 포효는 버스 안을 뒤흔듭니다.
반포대교를 건너서 정류장에 도착하자 마자 그 학생은 버스에서 쏜 화살처럼 튀어 어둠속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자...여러분은 버스에서 어떤 경험이 있나요?

본인의 재미난 경험을 올려주시는 분께 재준씨가 정성스레 준비한 답글 5종 셋트를 무료로 드립니다.

덧1)
foog님 댓글에 답글 달다가 생각난 이야기입니다.

덧2)
주제를 모르는 블로거가 되고 있습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과거 경험담을 쓰세요.....??
  1. 기억에 50원 정도 했던 것으로;;; [본문으로]
  2. 예전 하차 벨은 뒷 문 옆에 초인종처럼 달려있어서 누르면 누른만큼 소리가 났습니다. 아마 그 후에 버스 창 옆에 하나씩 벨이 생긴 것으로 기억합니다. [본문으로]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Bookmark하시고 RSS로 무조건 읽으세요.]

AddThis Social Bookmark Button            AddThis Feed Button
Posted by 만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