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님의 지겨운 광고전화, 고수들의 기막힌 대처방법을 읽었을 때 떠오른 몇 가지 경험 이야기입니다. 쓴다 쓴다 하다가 이제야 씁니다. 남들은 오래 묵힌 글에서 묵은지같은 맛이 나지만 전 그런거 전혀 없다능;

호주도 광고전화 수시로 옵니다. 물론 몰상식하게 회사로 전화 때리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 하루에 한 통화는 광고전화일 정도로 고정 방문  통화를 합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안 되는 영어로 버벅대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나름 노하우가 쌓여 제법 스무스하게 대처해줍니다.

호주 광고 전화의 특징은 꼭 저녁밥 먹는 시간에 전화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집들이 낮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꼭 오후 6시쯤 (보통 호주 퇴근시간은 5시)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인도(India) 계열의 텔레마케터가 많습니다.[각주:1] 아시다시피 거의 영어를 하고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겠죠. 뭐 대충 그렇고 처음 호주에 도착한 이후 광고전화 대처방법의 변천과 궁극의 대처법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슴다.

1. 초기; 이기..뭐..뭐라카노?
따르르르릉~ '응? 누구...??' 거의 주변 한국인들이 전화 통화대상의 전부기 때문에 좀 전에 교회에서 헤어졌다면 그닥 전화 올 이유가 없는 까닭이었죠.
'Hello?'
'Mr Kim?'
'Ye...Yes' 'How are you Mr Kim...My name is xxx. 그 다음부터는 뭔 소린지 모름...'
벌써 How라는 단어 뒤부터 머리는 잘 비벼논 짜장면처럼 범벅이 되었고 혓바닥은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려 뭔 말을 해야할지 모릅니다. 그 당시에 생각나는 유일한 단어..'Pardon?' 파든 12단 콤보로 날려도 오토리버스 후 자동 플레이 되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리는 만무하죠.
'뭐..뭐라카노...에이 ㅅ..ㅅㅂ 몰라'
베티블루 37.2도 아닌데 얼굴은 달아올라 수화기를 던지듯 내려놓은 나의 모습을 바라본 마나님의 표정

2. 중기; 으흥~ 으흥~ 예스~
따르르르릉~ '누구냥?' 약간의 경험치로 이제 중간몹 정도의 사냥은 가능한 시절. 원래 어중간하게 아는 상태가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Hello?'
'Mr Kim? My name is xxx. 어쩌구 저쩌구~'
Mr Kim이란 상대방의 말부터 저의 대답은 이미 '으흥~ 으흥~ 예에~' 무슨 랩퍼의 추임새도 아니고...야튼 상대방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들어줍니다. 가끔 마나님께 한 마디 하면서...
'에이~ TV 소리 좀 줄여봐라. 안 들리잖어.'
'누군데?'
'몰라. 뭔 중요한 이야긴가봐'
마지막에 하는 말이 '좋은 땅 있답니다' 이게 한국이나 영어권이나 결론은 버킹검 땅 사세요~라는...마지막에 울컥하는 심정에 한 마디 해줍니다.
'Sorry! I don't have money' <- 너무 솔직한...[각주:2]
'It's alright...blabla..'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던져지는 수화기와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마나님.

3. 말기; 암낫 인터레스티ㄷ(I'm not interested)
따르르르릉~ '누구?' 이젠 대인관계도 넓어지고 집으로 전화가 난무합니다만 호주인들이 집으로 전화하는 일은 거의 텔레마케터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용무는 모바일로 전화가 오기 땀시.
'여보세요~?' <- 네...한국어로 전화받습니다.
'Mr Kim? My name is xxx. 어쩌구 저쩌구~'
이제 대충 한 문장만 들어도 감이 오는 단계입니다.
우선 발음을 듣고...
1. 인디아 발음이다 -> 말 길게 나오기 전에 '암낫 인터레스티ㄷ' 날려주시고 끊는다.[각주:3]
 2. 호주 발음이다 -> How are you?까지 들어보고 '암낫 인터레스티ㄷ'  날려주신다.
보통 이런 대처방법이면 거의 대부분 해결 됩니다. 막말로 관심없다는데 지가 어쩌겠습니까? 가끔 몇 마디 더 들어보지만 그래봐야 결론은 빤하죠. 이제 이 단계에선 저를 보는 마나님의 표정이 무한한 자부심으로 가득합니다.

4. 막장기; 여보세요?
따르르르릉~ '전화받아라~' '자네가 받으시게~' 집으로 오는 전화는 거의 마나님 용무라서 귀찮음의 극치를 느끼면 느릿느릿 전화를 받습니다.
'여보세요?' <-네... 다시 한국어 맞습니다.
'Hello? My name is xxx. Optus new model..어쩌구~'
'여보세요?'
(잠시 멈칫)'Hello? I'm....My name is xxx....'
'여보세요?'
(다시 멈칫) 'Hello? Hello?'
'누구세요?' <-네...몽땅 한국어입니다.
'Sorry? I'm...Can you speak~'
(말이 끝나기 전에) '대답 없으면 끊는다. 누구냐?'
 자랑스러운 한국어에 상대방은 꼬리를 내리며 미안하다며 통화를 끝냅니다. 어느 순간 터득한 궁극기. 오오옷! 힘이 넘칩니다. 이게 뭐죠? 이런 저를 바라보는 마나님의 표정은 다시!


덧 경험 1)
아는 동생 녀석(레이크일라와라에서 익사 혹은 익어서 죽을 뻔한 그넘)이랑 차를 타고 가는 중에 그 녀석의 모바일로 전화가 왔습니다.
'헬로?'
'블라블라~'
'쏘리~아임 드라이빙. 콜 레이터' -_-; (좀 짧은 영어라서)
그러더니 끊더군요. 그런데 바로 다시 온 전화.
'블라 블라~'
'아임 드라이빙. 나우! 콜 레이터!!'
그러면서 다시 끊었는데..다시 걸려온 전화.
'블라 블라~' 전 이미 이 시점에서 웃고 있었고...
'아이 ㅅㅂ. 미친 ㄴ. 드라이빙 중이라고!!'

덧 1)
가끔...텔레마케터들의 전화가 오면 한가할 때는 듣기 연습삼아 계속 들어봅니다. 그리고 제법 대화를 즐기죠. 너 어디서 전화하냐~? 니들 시간당 페이는 얼마냐? 호주에 와봤냐? 등등을 묻기도 합니다.;;;;
  1.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인디아계열의 텔레마케터 발음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
  2. 한국인이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Sorry입니다. 근데 이게 어떨 땐 정말 짜증나죠. 예전 선상님 왈 '동양인들은 사과할 필요도 없는데 Sorry라고 말한다'더군요. 일종의 자괴감에서 비롯된 쏘리라는 말 '말을 못해서 미안하다' '못 알아들어서 미안하다' 사실 미안하지 않거등. 그냥 니 발음이 뭣같아서 몰라!라고 이야기해야합니다. [본문으로]
  3. 이분들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무한 오토 리버스 체제이기 때문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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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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