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금 39살의 나이를 살고 있는 중젊은이, 그리고 앞으로 39살의 나이가 될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39살이 넘은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물론 20대 어린 것들도 꺼져..안 보셔도 됩니다.

하염없이 주접스러운 이 편지가 너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10대, 20대의 젊은 나이때 우린 그 시기가 평생 갈 것처럼 살아 온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우린 겁나 불안감에 잠을 설치며 새벽에 일어나서 냉수 한 잔 벌컥거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마누라와 애들은 배 내놓고 널부러져 자고 있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이다.(아! 내일모레면 마흔이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대부분 가족을 위해서 당신을 희생하고 살아왔다. 당연히 우린 그것을 보고 자랐고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로 살아왔다. 하지만 가끔 자라나는 자식들을 보며 '저 쉑히가 나중에 진심으로 나에게 감사할까?' 불안함도 없지는 않다. 예전에는 섹시하고 이쁘고 사랑스럽던 와이프도 점점 '생활비'타령에 월말이면 마귀할멈 비슷하게 보일수도 있을터이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넌 엄친아 쉑히. 저리 꺼져라.)

이제 인생의 반을 살아온(졸라 오래 살려고 그런다고 욕하지마라. 평균 수명이 있잖니) 너와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더더욱 고민하고 있다. 글고 세월이 흘러 육순, 칠순의 나이가 되면 그런 고민은 더욱 커지겠지. 그래도 지금의 고민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우린 별별 희한한 '재테크' '자기계발' 등의 책들을 읽어가며 오늘도 새벽은 영어학원에서, 밤늦게는 '죽어라 내 간아!'를 외치며 야근에 회식에 희생하며 나름대론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불안감의 근원은 '존재 가치의 증명'에의 갈망과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쌔빠지게 벌어서 갔다 준 돈으로 와이프는 백화점 쇼핑에서 낼름, 자식은 게임 소프트웨어 사면서 낼름 '날려버렸음'을 느낄 때 우린 하나같이 류의 '소류켄'을 외치며 콤보를 날리고 싶을게다. 과연 저들이 나의 수고를 고마워할까? 의심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한 달에 3백만원 주던 것을 3천만원으로 올려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린 돈보다는 '내 존재'를 가족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내가 갑자기 죽으면 '어라 수입원이 없어졌네'가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 아빠가 없어졌네'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먼저 가족에게 내가 가족의 구성원임과 동시에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자. 그저 월말에 돈을 주는 남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운동도 즐기고, 그림과 음악도 즐기고, 술도 한 잔씩하고, 책도 보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 가족을 위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운동을 즐기자.

또한 와이프에겐 애기아빠, 남편이 아니라 '연인'의 모습을 보이자. 졸라 뻘쭘하지만 가끔 편지도 쓰고, 돈 아까워도 꽃도 좀 사주고, 설겆이 할 때 뒤에서 안아도 주자. (조심해야 할 것은 타이밍 잘 보면서 안아라. 성질내며 설겆이하고 있을때 안았다간 물 덮어쓴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여자들에겐 매번 증명해보여야 한다.

그리고 자식은 엄하게 키우자. 어차피 곱게 키워도 반항하고 엄하게 키워도 반항한다...?응?? 야튼 식당에 가서 땡깡쓰는 자식은 사정없이 혼내라. 지하철 안에서 좌석에 기어올라가도 혼내라. 어린애 기 죽인다고 조심할 필요없다. 이때 아니면 금방 기어오르는 나이된다.(우리가 그랬잖니) 혼낼 때는 혼내라. 그래야 인간이 된다. 사회성도 없이 이기주의만 물들어 있는 부드러운 엄마 주머니 속의 캥거루 쉑히로 키우진 말자. 내 자식에게 좋은 것 먹이기 전에 내가 먼저 먹자. 자식들은 나중에 더 좋은 것 먹는다.

우리는 나를 소중히 여겨야할 필요가 있다. 제발 돈 못벌었다고 기 죽고 살지말자. 아내에게 자식에게 할 말 못하고 살지말자. 가족들 고생 안 시키려고 나만 고생하지 말자. 젊어 고생은 늙어 골병이라는 말도 있다. 가족을 혼자 짊어져야하는 짐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진짜 짐된다. 내가 있어야 가족이 있는거다. 물론 내가 빠진 가족도 내가족이 아니다. 가족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중에는 100만% 확실하게 가족을 원망한다.

학교 다닐때부터 공부 안 했던 너를 위해 간단하게 요약해본다.
나를 소중히 여겨라. 아내에게 연인이 되어라. 자식을 엄하게 키워라.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라. 넘들이 다 하는 말을 또 반복한다 생각하고 넘기지마라. 왜 반복하겠니? 진리이기 때문이다.

너와 나에게 모두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부디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너의 등 뒤를 받치고 있는 네 아내의, 네 자식의 고사리 같은 손을 기억해라. 괜히 소주 한 잔먹고 다리 위에 올라가서 흘러가는 강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지말고 현관에 놓인 가족들의 신발을 쳐다봐라. 그것이 우리 인생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너의 동의가 없이는 누구도 네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라고 엘리너 루즈벨트는 이야기했다. 또한 링컨은 '하나님이 자기를 만드셨기 때문에 자기는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을 비참한 사람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너를 먼저 소중히 여겨라. 우린 아직 반 밖에 안 살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을 잘 마무리하면 된다. 아직 우리의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다.

2008년 12월 끝에서

날라리 블로거 '재준'

덧1)
inspired by
돌이 아빠님댓글

덧2)
그리고 지금에야 하는 이야긴데 39살의 너보다 내가 나이가 많다. 형 학교 1년 꿇었다. 그니깐 예전처럼 함부로 까불고 하지말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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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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