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살고들 계십니까?

남반구에 살고 있는 재준씹니다. 별 생각없이 제 메일을 확인하다가 구글사마가 어여쁜 편지 한 통을 보냈더군요.

'돈 보냈어. 옵하~' 뭔 이런 사랑충만 은혜가득인 편지가 있나하고 봤더니, 이 블로그를 통해 생긴 수익을 보냈다는 내용입디다. 흠...근데 이 블로그 사실 좀비 휴업 블로그잖아! 이런 생각이 들어서 몇 자 급하게 적어봅니다. 사실 3,4년 전부터 - 이게 제 개인적인 시간으로 보면 퇴사를 하고나서부터 - 이 블로그는 전봇대 옆에 버려놓은 딸딸이 한 짝처럼 완전 가치없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이 블로그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컨텐츠마저 가치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현재 시점상 제 삶의 우선 순위에서 거의 꼴찌 수준으로 전락을 해버렸습니다.

 

Walking Dead

한창 이 블로그에 글이 올라올 때는 하루에 글이 세 개씩도 올랐었습니다. 어찌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T 바이러스의 습격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생활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땐 애는 하나였는데 지금은 애들이 셋으로 늘었고...쿨럭쿨럭, 또 회사를 차려놨고 일을 여러가지 벌여놓았고...뭐 그러다보니 컴퓨터에 앉을 시간도 없는 상황이라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죠.

 

한 때는 이 블로그가 제가 가진 여러 꿈 중의 하나였습니다. 워낙에 욕심이 많은 놈이라서 그런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꽤 많은 만족도 얻었지만 도전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만...지금은 어째 꼬라지가 이렇습니다. 말 그대로 죽었지만 죽은 것이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구왕

근래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였습니다. 니 꿈이 뭐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 중입니다'라는 대답밖에 못하는...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고, 재미있는 것도 너무 많으며 진한 사랑도 해보고 싶은 청춘에 관한 영화입니다. 남들은 하찮은 것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족구'에 지금을 불태우는, 삶에 찌들은 어른들의 시점으로 봤을 땐 청춘을 낭비하고 있는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근데 청춘이란 단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의 연령대를 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시기에만 꿈을 꿀 수 있고 그 시기에만 도전을 할 수 있으며 그 시기에만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앙드레 지드의 일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그 나머지 시간은 회상만 할 뿐인 청춘은 청춘이 아니라는 겁니다.

 

Begin Again

주변 분들 중에 40대가 넘으신 분께 질문을 한 번 해봅시다. '꿈이 뭐냐?' 아마 소가 닭 쳐다보듯 쳐다볼겁니다. '이런 ㅅㅂ 이 나이에 꿈이 어딨어?' '몇 년안에 집을 장만하는 것이 꿈이다.' '혹은 애들 잘 크는 것이 꿈이다.' 등의 대답이 나오겠죠. 물론 제 꿈 역시 가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 그리고 애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스카이다이빙에도 도전하고 싶고, MTB를 몰고 한 며칠 여행도 가보고 싶고, 타스마니아 타이거도 찾아보고 싶고, 책도 쓰고 싶고, 앨범도 내고 싶고... 제 삶 속에 도전하고 싶은 꿈은 아직도 끝이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 찌질한 재산이나 외모나 학벌 따위를 다 떼어내면 난 도대체 뭔가? 건강도 한 순간이고 재산도 한 순간입니다. 제 주변에 그런 분들을 워낙에 많이 봐서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허망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가진 이런 꿈들을 한낱 중년의 객기 혹은 철들지 않은 뻘짓이라고 생각하고 그 모든 도전과 꿈을 포기해버리는 그 순간 나는 무엇이 될까?

 

나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이며, 언젠가는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일까요?

 

 

그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할 때까지 또 그 이후에도 이 블로그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닌채, 가늘고 길게 주욱~ 그냥 아주 지겹게 주욱~ 살아있을겁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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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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