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벌판에서 개타고 오토바이 장사를 하던 시절에는 도무지 느끼지 못했을 삶의 속도를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항상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벌어지는 한국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신은 나갔으나 온전하지 않은 것은 아닌' 별천지의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살아남는다는, 즉 끝까지 생존한다는 의미는 참으로 무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뒤통수를 까건, 살아남기 위해 딴지를 걸고 넘어진 놈 밟건, 비열하고 더러운 수를 써건말건...무슨 짓을 하건 '살아남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러다보니 겉으로는 비리비리 안경끼고 약해보이는 캐릭터가 비열함과 음모와 술수를 한껏 활용하여 나중에는 타인을 짓밟고 우뚝서는 입지전적인 이야기를 동경합니다.

삶은 그 결과로 평가받지 않고 과정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경쟁지향의 세상은 과정따윈 거지 발싸개로도 취급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결과만으로 인간에 대한 가치를 단정해버립니다. 우리가 이력서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XX대학 OO과 졸업 + 평균성적 B+라는 한 줄짜리 가치평가 문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그 한 줄짜리 문장으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만 합니다. 물론 그런 문장도 없다면 무엇으로 그의 능력을 평가하겠습니까마는 그것 하나로 단정짓는 것도 옳다고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인간은 인간으로 온전히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누구가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렇지 않다는 죽음에 직면했을 때 온전히 재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월급이 얼마인지,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등등의 숫자로 평가받고 여자는 두개골의 사이즈와 형태 그리고 안면 근육을 덮어싼 피부로 평가받는 세상입니다. 당연히 블로그라는 개인 미디어까지 방문자가 몇 명이냐? 댓글이 몇 개냐? RSS 구독자가 몇 명이냐? 등의 숫자로 가치를 평가하곤 합니다.

블로그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나이 마흔 줄이면 50대 기업의 과장에 아파트가 몇 평에 보유 자산이 얼마에 차는 무슨 모델이어야 한다는, 남자는 이래야 되고, 여자는 이래야 된다는...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불편한 고정관념에서 좀 자유롭고 싶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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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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