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陳腐)하다는 표현이 참 많이 쓰입니다. 진보랑 진부랑 한 끗차이인데 뜻은 거의 반대 의미가 되어버립니다. 영화에서는 Cliche라는 머나먼 불랑스 말까지 사용하며 표현합니다. 상투적이고 식상한 것을 표현하는 진부하다는 말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의 블로그를 '진부한 글 투성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짜증만빵살기충만의 감정을 느끼실겁니다.

하지만 저는 진부함이 좋습니다. 일찌기 영화 '록키'를 감독했던 아빌드센 감독은 록키에 대한 몇 몇 평론가들의 '진부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진부하다라는 말이 결코 나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좋은 진부함'이란 관객의 감성의 기저를 자극하는 가식없는 솔직함을 말한다"
(위의 불타는 록키의 연대기는 읽지 않으신 분은 반드시 필독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눈물 없인 못보는 멋진 글입니다.)

아빌드센 감독의 말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기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오늘도 넘쳐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 주구장창 기다림 끝에 겨우 만났는데 알고보니 암으로 죽어가더라,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예술가가 정신병에 걸려 미쳤는데 천사같은 그녀가 구원해줘서 예술가로 성공하더라 등의 이야기는 이미 영화가 시작할 무렵부터 엔딩크레딧이 머리 속에는 올라가는 그야말로 진부한 이야기들이죠. 그러나 우리는 그 빤하디 빤한 이야기의 과정을 보며 감동을 받습니다. 결과가 어떤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죠.
록키

만쉐이~!!!


다시 한번 록키 이야기를 하자면, 록키는 영화에서 15라운드 내내 아폴로에게 떡이 되게 쥐어터집니다. 그리고 졌습니다. 결과만 보자면 그는 여전히 Loser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가 비록 시합은 졌지만, 어떻게 훈련했으며 어떻게 15라운드를 버텼는가를 보며 감동합니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개의 블로그가 있습니다. 한 블로그는 방문자가 하루에 1만명은 훌쩍 넘는 성공한 블로그입니다. 그러나 그 블로그에 실린 글들이 TV가이드같은, 인터넷 옐로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블로그라면 독자들 역시 그 블로그를, 그 글을 쉽게 잊어버릴 겁니다. 그러나 또 한 블로그는 방문자가 하루에 몇 십명도 되지 않는 변방의 변두리 허름한 골방같은 블로그입니다. 실린 글이 비록 진부하고 고리타분하지만, 삶의 울림을 전하는 글이라면 결코 그 블로그는 Loser가 아닙니다.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목표를 이루고나서 '이제 끝, 땡, 집에 가자!'가 아니라, 글 하나 하나에 살아있는 숨결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이란 그 과정이 중요하듯, 블로그 역시 과정이 중요합니다.

Keep Going, Keep Standing

덧1)
inspired by
록키 1, 록키 발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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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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