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통해 만난 동생이 있습니다. 사실 제 나이를 밝히지도 않았지만 무턱대고 형님이라고 부르며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녀석입니다. 직접 얼굴도 보지 않았고(서로가)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을 따로 만들지도 않았지만 비슷한 전공을 공부하고 또 둘 다 변태스럽기가 그지없어서 이 친구에게는 저도 말을 낮췄습니다. 지가 낮추라는 말도 안했는데 이 녀석은 그래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절대 제가 낮춤말을 쓰지 않는데 오직 이 한 명만 예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친구가 만약 기분나쁘다고 이야기하면....패 버릴랍니다.

아무튼 이 친구가 얼마전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게임업계, IT업계는 신입사원이고 뭐고 없이 그냥 바로 별보기 운동으로 들어가버리죠. 저도 10년을 넘게 그쪽 일을 하다보니 그 동네 분위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그래서 더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처음 취업하고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지만...돌아오는 것은 담배와 스트레스에 망가진 건강과 얼마되지 않은 경력, 그리고 밀린 월급인 경우가 많습니다.
apperentice

'할배 여기 맞소?' '이 쉑히가 까라면 까는거지 수습이 말이 많다!!' '같이 까자. 응?'


그리하여 갓 취업한 신입 사원, 특히 신입 디자이너들을 위한 불필요한 충고 몇 마디를 해봅니다.

1. 회사를 위해 일을 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을 하라
매번 듣는 이야기입니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나 스스로를 경영하라. 나의 이미지메이킹이 우선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모를 때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내 실적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내가 작업한 스케치, 내가 작업한 시안, 내가 만들어서 출간 혹은 방영된 모든 자료들을 시간 순으로 잘 정리해 두십시오. 예전 선배 중의 한 분은 등하교 시간에 스케치 해 둔 20여권의 스케치만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자료를 정리할 때는 언제, 누구와 같이 작업했고, 작업 시간은 얼마가 걸렸으며, 컴퓨터 시스템은 어떤 것이었고, 어떻게 발표되었다는 것을 잘 정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2. 고집을 세워라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는 '한 사람에게 완전한 진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진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졌다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지만...내가 만든 것이 내가 봐서 좋으면 그것에 대한 고집을 부리길 바랍니다. 그런 고집도 없다면 당신은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흘러가는데로 세월아 네월아 나이먹어서는 그냥 관리나 하지...이렇게 살 수 밖에 없습니다.

3.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마라
일을 하다보면 이 일의 한계가 몇 살까지인가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각이 떨어지고, 빠른 판단력이 부족해지고 등의 이유로 40대가 되면 이제 관리로 돌아서야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합니다. K-1의 어네스트 후스트가 4번째 우승할 때도 마흔이 넘어서였고 공자는 51살에 겨우 벼슬에 올랐다가 바로 실각하고 그 후부터 제자를 키웠습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38살까지 촌놈이었고 도스토예프스키도 28살에 사형선고를 받고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후 많은 명작들을 만들었습니다.

4.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배워라
특히 기획이나 디자인쪽에 있는 사람들은 대화의 기술, 설득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어서야 어떻게 그것이 좋은 것이란 것을 알릴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해도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벌써 실패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도 설득 못하면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어떻게 기획을 하고 어떻게 그 디자인이 좋은 것이라 하겠습니까? 내 창조물을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이라고, 최고라고 설득하고 또 설명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5.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라
처음 직장에서 많이 긴장을 하게 됩니다. 업무에 시달리고 밤 늦게 퇴근하고 혹은 철야까지하면서 점점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는 단순한 톱니가 아닌가하는 번뇌에 시달리게 됩니다. 보통 3개월 정도에 한번씩 찾아오는 슬럼프의 정체는 바로 '내가 어디에 있는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나 스스로를 고민하는 시간없이 휩쓸려 살다보니 정작 공허함은 늘어만 갈 뿐입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물론 그 시간동안 블로그에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위의 내용은 전혀~ 쓸모없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이 취업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너무 긴장해서, 혹은 너무 일에 시달려서 정작 자신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할 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연봉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정작 그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거나 해직 당해버리면 자신의 가치를 어디서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분의 가치는 바로 여러분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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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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