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래 문단을 읽지 말고 눈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그런 후 읽어 보십시오.

모든 사람들은 단락, 즉 문단을 만들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독자가 어떤 것을 읽기를 원하는지 아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여러분이 책을 폈을 때 한 페이지가 온통 하나의 문단으로 되어 있을 경우 글의 내용을 읽기도 전에 질려버리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겁니다.

만약 각각의 문단이 모두 같은 길이로 되어있다면 이것은 읽기도 전에 딱딱하고 단조로운 리듬을 만들어내어 정작 글의 내용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내용이라 할지라도 일종의 선입견을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미리 글의 내용을 지루하다고 착각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또 각각의 문단이 말하는 의미가 똑같다면, 혹은 각각이 문단이 서로 연계되어 있지 않고 각 문단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시작하고 끝을 낸다면 글을 읽는 이들은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구?' 식의 짜증만 유발합니다.

위의 세 문단은 비슷한 길이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글의 시작과 끝을 박스선으로 나눠놓았습니다. 일단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단조롭고 지루해 보이지 않았나요?(물론 내용도 지루했지만;;;) 이렇게 문단은 단순히 글의 내용의 전환을 구별하는 역할도 하지만 전체적인 글의 리듬이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사실 글을 쓰다보면 쉽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문단 나누기인데 알고보면 꽤나 중요한 것이 문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독자가 읽기 쉽고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단락을 구성할까요? 

1.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상상을 해봅시다.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는데 건너편에 앉은 승객이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제목과 소제목 그리고 본문을 대충 훑어봤을 때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일본 지진!!'
쓰나미 일본 동북부 강타! 
오늘 오전 몇 시경....
대충 이런 식의 이미지일겁니다. 그렇다면 본문의 내용은 오직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에 관한 상세한 보도 내용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문단을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가? 그 부분을 독자가 확실히 기억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2. 혹시 히드라가 아닌가?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아홉 달린 뱀(이라기보단 괴물)입니다. 문단 만들기를 잘못하면 히드라처럼 머리가 여러 개인, 즉 각각의 내용이 서로 튀어나오는 산만한 글이 됩니다. 좋은 문단은 머리가 하나입니다. 하나에 촛점을 맞추고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하나의 문단에 몇 개의 아이디어를 넣고자 한다면 머리의 크기를 정해야 합니다. 제일 큰 녀석과 다음 녀석, 그리고 다음 순서로 말이죠.

3. 혹시 메아리가 들리지 않는가?
어떤 문단은 마치 설악산 대청봉에서 야호~를 외칠 때의 느낌이 듭니다. 메아리가 계속 울려 퍼지죠. 문단 속에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거나 같은 단어가 계속 반복되는 경우 우리는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산꼭대기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하나의 주제를 강조하되 한 두번의 강조로 그쳐야 합니다.
'난 돼지고기가 싫어. 왜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는지 이해를 못한다. 어떨땐 그 냄새조차 싫다. 돼지고기의 질감은 질기고 번들거려 씹는 느낌이 너무 싫다. 게다가 돼기고기를 요리하면 기름을 몸에 두르고 나오는 것 같아 싫다.'
이 정도의 반복이면 정말 돼지고기가 싫어질 것 같습니다.

이것 참..누가 누군지;;;

4. 혹시 흑백톤이 아닌가?
누군가가 연설을 하는데 계속 같은 톤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금새 단조로운 리듬에 졸음이 쏟아질겁니다. 누군가 글을 썼는데 계속 같은 리듬으로 글을 썼다면 글을 읽는 독자 역시 쉽게 지루해집니다. 서두에 쓴 같은 크기의 문단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는 듯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을 줍니다. 문단을 만들 땐 항상 리드미컬한 형태를 만들어 보세요. 독자에게 삼바춤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5. 마지막 질문 ; 꼭 이대로 따라 해야합니까?
아뇨. 그냥 내키는대로 하세요.
사실 문단을 만들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가르치는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것은 보다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식으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단지 몇 개의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는 것이고 샘플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글을 쓰고, 문단을 만들고 나서 우리가 좋은 문단을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자신이 독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글을 읽는 것'입니다. 그냥 휘갈겨서 글을 쓰고 휘리릭 발행! 이걸로 고민 끝, 행복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에게 내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한 눈에 파악이 되게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문단의 역할입니다.

덧1)
벌써 4월입니다. 한국은 벌써 봄이 만발했겠군요. 여긴 이제 추워집니다. 아이 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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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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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구차니 2011.04.17 12: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단은.. <p> 태그... (먼산)

    문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읽는 즐거움이 있는 내용과 적절한 강조(색상이라던가 굵기) 그리고 이미지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그리고 한글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Italic의 적용이나 underline의 적용이 상당히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한글에서 유일하게 적용이 눈에 띄는게 bold 외에는 없다는게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는 색상을 넣은 bold로 적용하는 수 밖에 없다는게 가장 아쉬운 부분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