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s

숫자들..숫자. 암자는 없나?

초기 블로그에 막 재미가 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눈이 가는 것은 바로 방문자의 숫자입니다. 대략 포털의 간택을 받아 포털 메인화면에라도 뜬다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백만개의 트래픽 폭탄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되죠. 평균 300 남짓하던 방문자의 숫자가 일거에 몇 만이라는 숫자의 방문자를 맞이하게 되면 그 높은 숫자만큼 행복감도 상승합니다.

그리고 블로거 짬밥이 조금 쌓이면 이젠 RSS 구독자 숫자댓글 숫자에 눈이 가게되죠.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댓글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RSS 구독자를 얻게되나 고민하게 되고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합니다. 대략 구독자가 500명 이상을 넘게되면 스스로에게 그래 이제 내 블로그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구나~하고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메타블로그에 등록을 하면 그때부턴 추천수조회수에 눈이 갑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메타블로그 영입을 위해 자추도 하게되고 상호 추천을 노려 글을 읽지도 않은채 추천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쌓여가는 자신의 조회수와 광고 클릭율을 보면서 날아올 수표를 예감하며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해외의 경우 어떤 파워블로그가 매월 $10,000 이상을 번다더라, RSS 구독자가 몇 만이라더라, 방문자가 몇 십만이라더라 등의 이야기는 더더욱 흔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수익모델을 흉내내보기도 하고 그들의 글의 문체나 발행 방법, 주제 등을 따라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효과를 거둘 때 흡족함을 느끼게 되죠.

이런 일련의 만족감이나 충족감의 지표는 바로 숫자와 그래프입니다. 방문자 수, 구독자 수, 클릭율, 수익율...그리고 숫자로 표시되는 달러. 이런 눈에 보이는 숫자에 우리는 자신의 블로그의 가치를 측정합니다. 과연 블로그의 가치는 가격이나 방문자 같은 숫자에 의해 매겨지는 것일까요?

당연히 우린 블로그의 가치는 다른 데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장 먼저 숫자에 눈이 가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숫자가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자신의 자녀의 웃음을 볼 때 그 웃음을 100점 만점에 98점이라고 점수 매기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주면 어머니는 옛다 3천2백원 안마값이라고 계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키스를 하고나서 피부감촉 별 넷, 분위기 별 셋, 혀놀림 별 하나라고 계산하지 않습니다.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작문실력 60점. 겨우 평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블로그에는 방문자나 구독자 수익율등 숫자 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실 여러분도 그것이 무엇인지 다들 알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 자신을 점수 매기기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죠. 카드가 몇 개고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숫자로 사람을 등급매기는 사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의 가치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가치를 숫자로 표현할 수 없듯이.

덧1)
inspired by
egoing님 블로그에 남겨주신 답글 - 시, 낭만, 로맨스, 사랑은 삶의 목적이다.

덧2)
모든 것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계산하는 현 사회와 현 정부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보게 될까요? 그저 자신이 100점 받고 옆에 학우가 90점 받았다고 자신을 더 뛰어난 인간으로 착각하는 그런 숫자 인간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왠지 족나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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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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