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일기가 유행이기도 하고, 또 유행에 민감해주는 것이 현대인의 예의이기도 하고, 몸은 몽골 대평원의 변방이지만 마음은 파리지엥이기도 하고, 남들을 까댈 리스트가 없기도 하고, 발사하고 싶지만 쏠 로켓이 없기도 하고...잡담 몇 자 적습니다.

2006년 모월
워낙 주변에 풀밭도 많고 자연과 벗삼아 살다보니 쥐새끼 한 마리 보는 것은 그저 서울에서 택시 한대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날은 전 직원이 의기투합하여 쥐잡기 날로 정했다. 쥐덫을 놓은 후 몇 마리의 수확을 거둔 직원들의 입엔 해맑은 미소가 한가득이다.;;;
동료의 전사 소식을 접한 한 녀석, 점점 엄습해오는 위기감에 평상시 가는 길이 아닌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순간 몇 몇의 비명에 놀란 녀석 '어어어~ 쥐다. 쥐!! 잡어 잡어!!' 0.02초의 판단력으로 도망친 곳이 소모품을 넣어두는 창고. 일단 나올 길은 들어간 그 길 뿐이다.
여직원이 빗자루와 삽 하나를 들고 '노 후라블럼'이라며 웃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더니 달칵!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그녀의 비장함과 함께 그녀의 멍청함을 느꼈다. '쥐새끼가 문을 열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잠시 후 젖먹이의 순진한 미소를 보이며 들어 올린 그녀[각주:1]의 팔엔 아까 그녀석이 들려있었다.
 
2007년 모월
울타리를 거둬내고 나니 나무(쓰레기)가 집 한채 분량이 나온다.
'쓰레기 이거 어케하지?'
'버릴라믄 돈 졸랑 깨지는데...'
사장과 몇 직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중, 그것을 보다 못한 한국 직원 중 누군가 야수를 심정으로 휘발유를 부으며 분신..아니 목재를 태우기 시작했다. 사장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
'뜨허! 저 연기들...신고할껀데 이넘들'
아니나 다를까. 무슨 집채만한 소방차 2대가 오더니 화재 현장을 보고 암바사 빛깔의 소방액을 퍼부어 주셨다. 까딱하면 그 자리에서 거품 목욕을 할 뻔한 한국인 직원 머쓱한 얼굴로 사장에게 벌금통지서를 내밀었다.

여담이지만 아는 녀석 왈 '이 쉑히들은 죄수의 후예라서 졸라 법 잘 지키고, 신고정신 투철하죠'

이곳이 Lake Illawarra . 작아보여도 얼마 전에 상어 출몰. 유후~


2007년 12월
같이 일하는 직원(이라기 보단 동생)과 사장은 크리스마스 휴일에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나보다. 둘이서 일라와라 호수(lake Illawarra)로 냉큼 제트스키를 끌고 갔었다. 그 녀석은 처음타는 제트스키에 아드레날린을 격투왕 바키처럼 뿜어대더니 기름잔량 따윈 개무시하며 호수 가운데로 몰았다. 결국 반대편 뭍이 보일 무렵 제트스키는 조용히 운명하시고...
한국과 계절이 반대란 말은 12월이 최고 더운 날씨란 이야기, 그리고 오존에 구녕이 빠꼼하게 뚫린 호주의 태양은 일사병을 가볍게 유발해 주신다. 피부암 발병율 1위 국가의 뜨거운 햇볕. 호수 한 가운데서 목놓아 고함쳐도 들어주는 이 없고, 시퍼런 호수물 아래엔 해조류가 넘실대고, 내리쬐는 태양빛은 점점 강해지고...Open Water의 순간은 우리 곁에서 발견된다.
같이 갔던 사장은 지나가던 경찰을 부르고 경찰은 친절하게도 헬기를 불러주셨다. 그리고 겨우 살아남은 그 녀석과 사장의 손에 놓인 벌금통지서.[각주:2]

덧1)
쓰다보니 조금 길어지네요. 2부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워라 대자연 속 직장일기' 편을 기대해주셈. 기대 안 하셔도 발행 할 것임.
  1. 해맑은 호주 아가씨입니다. 186cm의 아담한 키에 70kg 정도의 날렵한 몸매에 CD얼굴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
  2. 벌금이라기 보다는 헬기를 띄우는 데 쓰인 기름값 개념?? $1000은 족히 넘었던 기억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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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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