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어린 시절 뭔가를 실수하면 부모님 뒤에 숨거나 아니면 도망다녔던 적이 다들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모님도 나의 실수를 꾸짖는구나를 느끼면서 독립된 자아로서 첫걸음을 디뎌야 했습니다. 학창 시절, 나의 실수로 인해, 혹은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선배나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더라도(심지어 맞더라도) 나라는 독립 인격으로서 그 모든 고통을 감내했습니다.

시대는 변해 사회는 핵가족화되었고 자녀는 한 두 명만 낳아 기르는 가정이 되면서 자기 자식을 무조건 감싸도는 분위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잘못해서 비난을 받으면 부모님이 방패막이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변명하고 핑계를 대고 타인에게 책임전가하는 '처세술'의 소유자로 남게 되더군요.

우리는 실수하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실수를 제법 많이 저질렀을겁니다. 또한 본의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부디 서로에게서 도망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실수를 저질러도 그 자리에 바로 서있기를 희망합니다.

비난.
누가 누구에게 '너 잘못했어 이 쉑햐'라고 비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타인에 대한 비난이 쉽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친구도 어지간히 많은 비난을 받고 있을겁니다. 사회가 규정한 일종의 예의나 대인관계의 룰로 인해 우리는 나와 아무런 이해관계없는 타인에게 '너의 잘못은 이러이러하다'라고 비난하기는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용기없음에 스팀팩을 놔줄 방법으로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인터넷은 '나'라는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사실은 드러납니다) 나의 생각이나 이념등을 모두 다들 자유롭게 펼친다고 생각합니다.(아닙니다) 이런 자기기만적이고 가상자위적인 방패막이는 우리에게 타인에 대한 비난을 쉽게 하게 만듭니다.

최근 화제가 된 블로거간의 이런 저런 논쟁들을 보면서 많은 블로거들은 'ㅅㅂ 파워블로거들도 ㅈ도 아니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성숙한 모습의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비겁하게 뒤에서 찌르는 모습은 정말 흉하기까지 합니다. 만약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다면 '당신은 이러이러해서 잘못했소'라고 앞에 나서기를 희망합니다. 군중들 뒤에 숨어 돌을 던지는 비겁한 모습은 이제 지겹습니다.

기록.
인간이라는 존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옳다고만 고집해도 안되고 틀렸다고 부끄러워해서 좌절해서도 안됩니다. 자신의 과오를 딛고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증명해주는 것이 '기록'입니다.

과거에 읽은 기사 중에 '과거가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청와대에 마땅히 남겨져있어야 할 정부 기록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을 비판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만을 꿈꿔왔습니다. 일제시대의 자신을 부정하고, 6.25전의 자신을 부정하고, 6.25 이후의 자신을 부정했습니다. 이제 참전했던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당신들 때문에 통일이 안 되었다!'라는 소릴 듣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카피처럼...우리의 기록은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모든 기록을 온전히(그 실수까지) 남길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투명한 삶을 살 수 있을겁니다.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writing

나를 기록하다.


블로그.
위에 이야기한 요소를 고스란히 지니는 것이 블로그입니다. 실수를 해도 서있고, 타인에게 비판을 할 때도 당당히 하고, 자신의 모든 생각과 주장을 기록하는 매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몇 블로거는 타인에게 비판을 할 때 숨어서 하지 않고, 또 자신에게 비판이 쏟아질 때도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끝까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의 결론을 끌어냅니다. 논쟁은 상대방과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의 확대를 위함입니다.

나의 모든 승리와 좌절의 기록이 온전히 블로그에 남이있다는 것을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볼 때 얼마나 성장했는지, 얼마나 진화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을겁니다. 혹은...과거의 나에 비해 현재의 나는 현실과 타협하고 비루하며 진부한 모습이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느낀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고, 완전히 투명한 기록을 꿈꾸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완성된 나의 모습을 꿈꾸는 것. 그런 꿈을 꾸게하고,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블로그일지 모른다는 것. 이것은 제 꿈일지 모릅니다.

덧1)
쓰고나서 무슨 말인지 저도 모르겠다능.....(사실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능)

덧2)
MBC 텔레토비 동영상 떡밥...이거 참 먹음직스럽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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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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