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아침 출근후 답글을 쓰다가 예전 추억이 생각났습니다.(아마 제가 군대시절 이야기를 쓰는 이유를 한 분은 알고 계실겁니다. -_-) 지금은 없어졌지만...전 예전에 향토예비군과 함께 맹렬히 고향사수에 전념이던 도시락부대였습니다. 다른 부대에서는 잘 쓰지않는 단어인 '동대장님' 혹은 '출근'등의 단어가 난무하던 부대입니다. 예전 겪었던 몇 가지 시덥잖은 군대 이야기를 해봅니다. 벌써..꽤 오래 전이네요.

1. 역시 사단장님
제가 모시던(ㅋㅋㅋ 아우 쩍팔려) 첫번째 사단장은 '갑종'출신이었습니다. 이등병부터 주구장창 진급에 진급을 거듭하여 별 2개를 달고 제가 근무하던 시절 별 3개로의 행진을 위해 육군본부로 갔습니다. 암튼 후까에 살고 후까에 죽던 그 분(일본어라 죄송)...테니스를 치다가 플라타너스 꽃가루가 날렸습니다. 꽃가루가 시선을 방해하여 공을 2갠가 3갠가 놓쳤다는군요(전해들은 이야기)...다음날부터 무슨 사단 화단 정리니 Gral이니 하며 사단내 플라타너스 벌목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테니스장을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의 벌목을 감행했다는....그 나무들...수출 가능할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사단장이 왔을 때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사단을 가득 메운 플라터너스들은 아무도 그 출처를 알 수 없었습니다.

2. 0 이란 숫자의 파괴력
그 당시에 한창 진지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곳은 사단사령부였구요...우리 고참은 밤새 워드작업을 하다가(그때 286컴으로) 실수로 진지 공사 수치에 0을 하나를 더 입력했습니다. 두어달 뒤에 갑자기 예하부대 대대장이 저희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옵니다. 대대장 '어이 이거 누가 작업했냐?' 김대위 왈 '접니다' 대대장 '야이~븅딱무뇌아방위보다못한 쉑햐'(아아..슬펐습니다.) 너땜에 우리 대대가 안해도 될 작업을 한 달이나 했다!! 너..ㅅㅂ(여기서 대대장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합니다. 그 서류를 썼던 고참은 하얗게 질려버렸고...) 결국 김대위 온갖 비난과 모욕을...(사실 김대위 잘못입니다. 검수를 제대로 안한..-_-)

3. 포크레인은 왜 그렇게 비난을 받아야했나
이것은 친구 이야기입니다. 콘크리트 재질의 전봇대가 언덕 아래 기대어져 있었고 인사계가 소대원들 끌고 가서 한마디 합니다. '야들아~ 저거 올려놔라' 그리고 인사계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남은 것은 소대원들의 뺑이밖에 없습니다. 오전 내내 별별 군바리 잔머리 굴려가며 삽질을 해도 전봇대는 끄떡도 않고...점심먹고 온 인사계 '야들아 아직 못했나?' 소대장(병장) '그것이 말입니다...' 인사계  어디론가 전화 한 통합니다. 5분뒤 포크레인은 거짓말 안하고 전봇대를 딱 5분만에 올려놓고는 사라집니다. 아놔~ '그러게 말입니다. 왜 진작...'
방위

'신일병 우린 쪽팔림만 극복하면 천하무적이야' '니가 내 고참이라 쪽팔려요'


4. 방위의 인간관계는 너무 좁아
한 넘이 갑자기 출근!!을 안합니다. 감히 탈영이란 단어도 아까운 짓을 서슴없이 해버린 이윤 바로 '여자친구'때문이었습니다. 워낙 당나라 부대라서가 아니라 워낙 많은 도시락부대원들 때문에 한 넘 무단 결근 정도는...부대장도 관심없고, 보좌관도 관심없고, 인사계도 관심없고, 선임하사도 관심없습니다. 게다가...상병(네..리밋이죠 리밋)인 고참도 관심없습니다. 다음날 얼굴이 부어서 출근했습니다. 네...맞았죠. 맞았는데 상대방이 그 넘 졸입니다. 이해가 안된다구요? 그 졸이 바로 무단출근한 넘 고등학교 선배였습니다. -_-;;

5. 방위는 병따개
항상 사단근처에는 군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혹은 주택이 있습니다. 가끔 영내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지만..뭐 야튼...워낙에 많은 쪽수의 도시락부대원들때문에 고민하던 인사처 직원들...그곳에도 군인가족을 방어하기 위한 총알받이 도시락통을 몇 개 둡니다. 이들의 근무분야는 다양합니다. 새로운 가족맞이 대청소, 도배, 쓰레기 처리 등등 온갖 잡일을 거듭하던 이들의 초소에 긴급 전화벨이 울립니다. '저기요. 저 김모소령 집인데요...잠시만 이쪽으로' '통신보안 이병 도시락 지금 즉시 가보겠습니다' 아리따운 김모소령의 사모님 박카스 병을 하나 들고 있습니다. 이병 도시락은 생각합니다. '우어! ㅅㅂ 졸라 친절!!' 그러나 김모소령의 사모님왈 '박카스 병 좀 따주세요' 네...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6. 방위는 모든 것을 다 알아
포장마차에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 A (최전방 근무)와 또 다른 친구 B (해병대)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있는 군대는 어쩌구 아우 힘들어 어쩌구를 연발하는데 또 다른 친구 C가 한마디 거듭니다. '야 새로 보급된 k-2소총 제원이 어쩌구..수도방위 작계가 어쩌구..코브라가 항속거리가 어쩌구..' 이 넘...무섭습니다. A와 B는 이제 말없이 술잔만 기울입니다.

7. 방위는 주는대로 먹고 할 수없이 산다.
처음 4주 신병 교육(현역은 6주)을 받으러 가서 각각의 사물을 나눠주기를 쫄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숟가락을 나눠주는데 한 넘 갑자기 손을 듭니다. '전 앞에 포크가 없는데요...' 네. 군용숟가락 형태가 아니라 사제 숟가락 형태였습니다. 그 넘 주변 애들 얼굴이 하얗게 질림과 동시에 조교의 옆차기가 그 넘의 허리를 접어버립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합니다. '밥만 줘도 감사해야 할 방위쉑히가...' 그 넘 4주 내내 무쟈게 구박을...ㅠ,.ㅠ
(더 하이라이트는 그 조교도 방위였다는...)
 
7. 방위에 얽힌 유머들

예전 여자 대학교애들의 설문조사 결과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들 순위를 매겼답니다.
3위 - 쥐, 2위 - 바퀴벌레, 1위 - 방위

방위와 바퀴벌레의 공통점이랍니다.
1. 더럽다.
2. 밤이되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3. 멀리서도 서로를 느낀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남자들 이야기
1. 축구이야기
2. 군대 이야기
3.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대략 여기까지 알고 계실겁니다)
4. 방위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_-;;

제가 들어갈 무렵에는 워낙에 인적 자원이 넘쳤는지 어쨌는지...키가 190cm 넘어도 방위, 몸무게 100kg넘어도 방위, 시력이 마이너스도 방위였습니다. 그래서 제 동기중 한 넘은 태권도 지역 대표였던 넘도(키가 190cm가 넘어서)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바꼈다는군요. 갑자기 아침부터 군대이야기가...쩝...그냥 잡담이죠 뭐.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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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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