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같은 과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얼굴이 창백했던 그녀는 제 친구녀석과 사귄다는 이야기가 떠돌 무렵의 어느 날 아침, 등교시간에 각혈을 하다 명을 달리 했습니다.

교회에서 아주 친한 형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잘 웃던 그 형은 포항제철에 입사했고 다들 부러워했었습니다. 그 형은 자신의 책상에서 서류앞에 고개 숙인채 과로로 쓰러졌습니다.

작업실에 자주 드나들던 후배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순하게 생긴 얼굴로 한번 웃음이 터지면 멈출줄 모르던 그 아이는 어느날 아파트 옥상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날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오늘을 살아라'
등등...지금의 우리의 삶이 얼마나 귀중한 것임을 일깨워주는 말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참으로 귀중한 몇 분의 시간이겠죠. 그러나 인간이란 것은 자신의 남은 인생 매순간을 정열적으로 살기는 힘듭니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죠.

오늘 24시간 중에 뭔가를 이루려고 하진 않습니다. 그저 지금 살아 있음을 감사히 생각하려고 합니다. 만약 제 기억 속의 그들처럼 저 또한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라면...지금 블로깅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고, 제 딸아이의 말에 웃음짓지도 못하겠죠. 아니, 제 딸이 존재하지도 못했겠죠.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활절 연휴기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은 이 행복이 그저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살아 있음을 감사합니다.
지금 글을 쓰는 행복을 누림을 감사합니다.
지금 제 가족의 건강한 모습을 감사합니다.
지금 이웃 블로거들과의 인연이 있음을 감사합니다.
지금, 전 제 모든 것을 감사합니다.

제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덧1)
글을 쓸 것은 많은데...최근 개인적인 여건이 개인시간 내기가 마땅찮네요. 왠지 블로깅에 굶주린 느낌이 듭니다. 으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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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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